일상/2020~2022

시저는 죽어야 한다

참참. 2020. 3. 17. 05:56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자주 보게 되진 않아서, 1년동안 보는 영화가 몇 편 안 될 정도다. 이 영화도 D가 적극 추천하지 않았다면 있는지도 몰랐을 거다.

제목은 '시저는 죽어야 한다'로,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함께 연습해서 연극 공연을 해내는 과정을 찍은 영화다. 실제로 진행된 것들을 찍은 거니까 다큠넨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대충 알고 봤는데도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배우 같아서(내게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의 외모라 더 그렇게 보였을까), 후반에는 꼭 잘 짜여진 이야기 같아서 실화라는 걸 자꾸 잊게 됐다.

D가 얘기했던대로 그저 연극 오디션을 보고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 실제로 연극하는 모습을 쭈욱 보여준다. 러닝타임은 아마 실제 해당 연극의 러닝타임과 비슷하게 맞춘 것 같다. 영화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엔 투박해보일 정도로 정직하게 찍었다고 느꼈지만 그렇다고 보기가 불편하거나 하진 않았다.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다.

연극을 연습하면서, 이야기와 인물들의 성격과 갈등에 몰입하면서 그들은 자기 삶의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게 된다.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내 과거를, 그 과거 속에 타인으로 존재했던 이들을 다시 보게 되고 그 사건, 그 대화들을 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그 결과로 많은 깨달음을 얻고 다양한 감정이 일어나지만, 많은 경우 누군가에게 미안해지곤 한다. 그리고 그 미안함은 종종 우리를 더 '잘' 살고 싶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소설이란 것이 처음 대중화되었을 때, 그건 공감의 혁명이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타인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 배워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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