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에 약 9시간쯤 된다. 밥 먹으러 나갔다오는 시간을 빼더라도 보통 하루 9시간 가까이는 되더라. 30분 정도 일찍 출근하고, 15분 정도 늦게 퇴근하고, 밥 먹고 와서도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사무실 책상에 앉게 되니까 말이다.
계산해보니까 자는 시간을 하루 평균 7시간으로 잡으면 일주일동안 깨어있는 시간이 119시간쯤 되는데, 그 중 45시간을 사무실 책상 앞에서 보내는 거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동안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인 것이다. 삶의 반을 거기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참 소중한 공간이다. 그곳이 조금이라도 머물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 집중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은 내 삶의 질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공간, 물리적인 의미로든 비유적인 의미로든, 그곳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자리도 꾸미고, 나에게 편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 외에 내 것을 투자하더라도 절대 손해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다. 최근에 프리지아 꽃 작은 것 두 송이를 갖다놨지만 제대로 꽃병도 없어서 물도 없이 연필꽂이 구석에 꽂아놓기만 했다.
아무래도 경제적으로는 첫 월급 받고 나서 무엇을 더 사다놓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겠지만, 마음은 잊지 않고 싶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 일의 능률을 위해서도 일은 제때제때 끝내고, 보여주기식으로든 뭐로든 사무실에 너무 오래 머무를 생각은 말자! 하루 9시간이면 이미 충분하고 넘친다. 더 줄일 생각을 하자.
여담이지만 사실 지금 사무실 자리에서 제일 맘에 안 드는 건 모니터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모니터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찾아보니 가장 싼 브랜드 중 하나인 것 같긴 하다), 아님 그래픽카드의 문제인지 그도 아니면 무슨 설정상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글씨가 너무 흐리게 보인다. 글씨가 번져보이니까 알아보기 위해 자꾸만 얼굴도 더 가까이 가져가게 되고 인상도 찡그리게 된다. 집중도 잘 안 되고. 집에 있는 모니터를 가져가거나 모니터를 내 돈으로라도 하나 사서 바꿔야할까 고민이다. 회사에서 얘기하자니 신입사원이 듀얼모니터에 SSD까지 달린 컴퓨터 쓰면서 너무 불평불만이 많은 것 같아서 좀 더 지나면 모를까 아직은 참 그렇다. 근데 내 걸 가져간다고해도 역시나 이상하게 보일까봐 좀 신경이 쓰인다. 휴. 원래 모니터도 살짝 그런 느낌이었는데 듀얼모니터로 쓰라고 받은 두번째 모니터는 진짜 심하다.ㅠㅠ 심지어 이거 디자이너분이 쓰던 건데 디자인작업을 어떻게 했지. 다행히 그 디자이너분은 이 모니터를 내게 넘기고 새로 LG 모니터를 받았다. 이 분야에서 LG는 확실히 믿을 수 있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