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디비

참참. 2020. 3. 15. 12:26

 

집 앞에서 종종 마주치는 고양이 얘기를 전에 한번 했던 것 같은데, 어제 빨래 널다 또 마주쳤다. 오랜만인 것 같네. 많이 경계하진 않지만 그래도 바로 옆까지 오진 않는다. 냉동실에 있던 국물용 멸치 서너 개를 던져줬더니 여전히 아주 잘 먹는다. 빨래 다 널 때까지 구경하다 갔다.

오늘 아침엔 국물을 내고나서 건져낸 멸치가 있기에 다른 음식물쓰레기와 합치지 않고 어제 멸치를 던져주었던 쪽에다 잘 놓아두었다.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점심도 되기 전에 사라졌다. 녀석이 먹은 건지 새나 다른 동물이 먹은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왠지 녀석이 먹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계속 '그 고양이'라고 떠올리는 게 싫어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이것저것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부르기 편한 이름이 좋을 것 같아서 '디비'로 결정했다. 내가 요즘 DB(Database)를 공부하고 있으니까. '나비'랑 비슷해서 좀 고양이 이름 같은 느낌도 들고 좋다.(어딜 봐서?)

남들이야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게 넌 '디비'야. 디비야 자주 놀러와, 하루에 멸치 다섯 마리 정도는 줄 수 있으니까. 헤어질 땐 슬플지도 모르지만 가까이 사는 동안은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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