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어머니는 늘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셨다. 그리고 주말엔 잠만 주무셨다. 어린 마음엔 그게 잘 이해가 안 됐다. 일이야 즐겁기만 할 리는 없을 텐데, 즐겁게 놀아야 할 주말을 잠으로 다 보낸다니! 근데 고작 열흘 직장생활 해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그냥 집에 오니까 아무것도 안해도 피곤하다. 6시 조금 넘어서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는 저녁 먹고 나면 아무리 빨라도 8시에서 보통 9시는 되고, 그럼 조금 졸리기 시작한다. 난 무슨 자식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모셔야 할 시부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월급은 정말 짜지만, 연봉계약서라곤 하지만 실상 최저임금과 별 차이 없는 월급(생각해보니 내년 2월까지 이 월급을 받기로 연봉계약서를 썼는데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폭에 따라서는 내년 1, 2월에 내 월급이 최저임금법에 저촉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다.)이지만 그래도 이 회사가 아직까진 그리 싫지 않다. 왜인지는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이다. 그렇다고 아직 회사 내에 대단히 친해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대단히 편한 것도 아니지만 음, 적어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알겠다. 내가 해야할 일도 눈에 보이고, 뭔가를 했을 때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보인다. 그런 면은 확실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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