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첫 회식

참참. 2020. 3. 10. 08:21

 

어젠 한 이사님의 제안으로 최근에 입사한 몇몇을 포함해서 약 여섯 명이 같이 저녁을 먹었다. 들어와서 처음 경험하는 회식이라 할만한 자리였다.

아무래도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에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참 없구나 싶었는데 얘기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나는 특히나 소속팀도 애매하고 업무적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회사 전체에 한분밖에 안 계셔서 업무적인 대화도 아직까진 크게 나눌 일이 없었다. 좀 더 익숙해지고 업무를 많이 하게 되면 당연히 다른 팀들과도 많이 소통해야하지만.

다들 술 강요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1차에서 끝날 거라고 했지만 이사님은 상당히 술을 좋아하시는 것처럼 보였다. 마시라고 말을 하시진 않았지만 이사님 잔이 비어가는 속도는 내가 보고 있기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밥도 얻어먹고 술도 얻어먹었는데 2차를 가고 싶으시다며 모두에게 택시비까지 쥐어주시며 2차까지 갔다. 2차는 웬 호텔 꼭대기에 있는 바였다. 거기서 우아하게(?) 칵테일을 한잔씩 했다. 내 돈 주고 사먹을 일은 앞으로도 몇년 간은 없을 것 같은 칵테일이랑 구운 마시멜로 안주여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10시 전에 마무리가 된 것도 좋았다. 택시 타고 가니까 평소 퇴근길보다 안 막혀서 금방 집에 도착했고 택시비도 3~4천원은 덜 나왔다.

이런저런 얘길 들었지만 다들 어색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다같이 있을땐 이사님이 주로 이야기를 이끌 수밖에 없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인 것이니 회사얘기가 주된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서로 소통하고, 또 회사가 하고자하는 것, 지향하는 것이 뭔지를 함께 공감하며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이사님 얘기의 골자였던 것 같다.

아마 대개의 임원들이 바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닐까싶어서 엄청 신선하단 느낌은 없었지만 진심이 느껴졌고 좋은 분이라 생각했다. 돈이 핵심 중 하나이긴 하지만 완전히 돈만 추구하는 건 아니라 나름의 가치와 지향이 있다는 게 좋았다. 돈만 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건 아직까지도 취향이 아니라서. 적어도 겉으로라도, 아닌 척이라도 해줬으면 싶은 마음이라서. 나 역시 스스로 요즘 너무 돈만 보고있지 않나, 삶의 주객이 전도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고민이 조금씩 든다.

하우스메이트가 그렇게 돈 벌어서 뭐하려고 하냐고 했을 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근데 그렇다고 내가 대단히 많이 버는 게 아니라서 엑셀 켜놓고 따져보니 돈 벌어서 사고싶은 물건까지 가기도 전에 주말에 적당히 놀러만 다녀도 월급은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 모시고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는게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가까운 목표 중 하나다. 그 전엔 여기저기 조금씩 빌렸던 돈도 갚아야하고.

어제 술 마시고 들었던 얘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같은 팀 대리님이 뜬금없이 했던 외모 칭찬이었다. 패션 쪽으로 하면(옷 잘 입으면? 신경 쓰면?) 진짜 멋있을 거 같다고. 그런 말 많이 듣죠? 란 말이었는데 사실 그런 말 들어본 적 별로 없지만 기분이 좋았다. 여자분이었으면 더 설렜겠지만. 안 그래도 조금 더 외적으로 꾸미는 것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던 차이긴 했는데 음, 뜬금없었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 외모에 자신감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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