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공장에 가다

참참. 2020. 3. 14. 19:52

 

이번주엔 하루를 빼서 우리 회사에서 새로 지었고 또 짓고 있는 물류창고와 공장에 견학을 갔다. 중소기업이라 엄청나게 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크고 시설도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해보였다. 연구소랑 생산시설쪽은 아직 완공은 안 된 상태였지만 어느 정도 틀은 다 잡혀있었다. 이미 테스트 생산은 하고 있는 상태였다. 팀장님이 농담으로 여기 와서 일해도 된다고 했지만 단호하게 난 서울이 좋다고 했다.

견학 갔다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엔 일이 터져서 우리 회사 자체 공장 말고 외주로 특정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에 긴급투입됐다. 옛날에 '미생' 보던 생각이 났다. 정확히 어떤 에피소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중간에서 유통을 하니까 이렇게 생산단계나 중간에 관리하는 단계에서 뭔가 실수가 생기면 대기업인 유통업체 측과의 계약을 못 지킬까봐 다급한 전화가 오가고, 급하게 본사 사무실 직원들까지 생산 지원 나가는 일도 생기나보다. 입사 2주차만에 꽤 스펙타클한 일이었다. 즉석식품류인데 포장 마무리 작업에 투입돼서 두세 시간 정도 일을 도왔다. 점심먹고 출발했는데 오히려 거기서 5시쯤에 끝나서, 회사에서 퇴근하는 것보다 더 일찍 집에 갈 수 있었다. 공장에는 이주노동자 분들도 꽤 여럿 보였다. 같이 포장작업하던 이주노동자분은 손이 진짜 빨라서 아무리 초짜라지만 내가 하나 뚜껑 닫을 때 한 다섯 개는 닫는 것 같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고 잠깐 하는 거니까 괜찮았지만 계속 한다면 힘들 것 같다. 그 잠깐 했는데도 허리가 약간 아팠다.

근데 급하게 공장에 지원 나간다고 업무 급하게 처리하다가 사고를 쳤다. DB에 입력하는 정보를 제대로 확인을 안하고 막 넣어가지고 이상하게 들어갔다. 과장님한테 카톡 받고 아차 싶었다. 내가 실수한 거니까 다음부턴 똑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했다. 식은 땀이 삐질. 조심해야지. 차라리 느리더라도 제대로. 그리고 잘 기록해놔야겠다. 한번 해보고 기억이 날 거라는 게 얼마나 오만인가. 경험하는 업무를 꼼꼼히 빠짐없이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즈음이다. 나를 위해서도,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서도, 그 다음에 올 사람을 가르칠 나를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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