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얼마나 감사한지

참참. 2020. 2. 29. 20:10

 

잊지 않기 위한 기록.

공부를 시작한지 겨우 두 달 남짓, 냉정하게 봤을 때 아직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췄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에서 배우면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행운인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렇게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서른한 살에 오다니, 그 전까지 아무런 관련도 없던 분야, 관심은 있었지만 경력은커녕 이렇다할 기초지식이나 경험조차 거의 없던 분야에서!

학원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오고, 이사를 하고, 그런데 그 여행기간까지 합쳐도 불과 약 세 달 만에, 그 중 두 달은 그것만으로도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했는데도 이런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여기서 감사히 여기고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이 마음을 잊고 싶지 않다. 아직 어떤 사람들과 어떤 분위기와 얼마의 월급과 얼마나 힘든 출퇴근길인지 모르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운이고 너무 좋은 일이라는 걸. 쉽게 잊지는 말자.

게다가 내가 어려워했던 것은 막연한 목표였다. 그것들을 스스로 단기적이고 눈에 명확히 보이는 목표로 쪼개고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기술이나 체득한 습관, 태도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근데 이 일은 그 자체가 이미 그런 측면을 갖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뭔가 할 때마다 바로바로 작동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피드백할 수 있고, 검색하고 공부할 수 있다. 공부하는 것도 적성에 맞는 편인 거 같고 이런 눈에 명확히 보이는 목표와 단계를 갖고 하는 일이 내가 몰입하기 쉬운 것 같다, 약간 게임 같기도 하고. 성취감을 느끼기가 좋다.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컴퓨터에게 사람이 일일이 하려면 힘들었던 일을 시키는 법을 배워서 문제를 딱 해결해낸다는 것 등에서 오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 이 일이 좋아질 것 같다. 얼른 더 배우고 싶다, 설렌다! 이 설렘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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