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해서 소개를 받아 한 기업에 면접을 보고 왔다. 웹 프로그래밍을 해줄 사람을 뽑는 거였는데, 솔직히 내가 너무 초짜여서 추천을 받긴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민망한 면이 있었다. 이력서에도 프로그래밍 관련 경력은 하나도 없었고, 면접 질문에서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걸 할 줄 아는지, 해봤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90% 이상 해본 적 없고, 모르는 분야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것들은 아예 무슨 질문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였다.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는데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고 프로그래밍을 앞으로의 직업으로 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 것 때문인지, 결국 대학 졸업장은 못 땄지만 그럴 듯한 학교에 입학했었다는 고교 시절의 학습능력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추천해준 사람의 명망 덕분인지 한번 열심히 배워볼 자신 있으면 와서 배우면서 같이 한번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솔직히 겁도 난다. 면접 때 솔직하게 못하는 건 못한다고 얘기한다곤 했지만 나도 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실제로 아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부풀려 말한 부분도 있고, 무조건 금방 배울 수 있다고 자신감있는 모습 보여주려 한 부분도 있다보니, 냉정하게 따지면 정말로 할 수 있을까? 해보기 전엔 나도 모르는 걸. 그치만 그 면접 본 분들이 나보다 사회경험도 많고 사람 뽑는 일 허투루 하지 않았을테니, 나도 모르는 내 가능성을 봐주셨다고 믿고 싶다.
어찌 되었건 기왕 기회를 얻었으니 어떻게든 열심히 잘 해서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 그래도 빨리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는 건 어느 정도 진심이었다. 끈기는 모르겠어도 그동안 내내 적어도 초반에는 빠르게 배우고 열정적으로 배우는 타입이었으니까. 나 정도면 그래도 지식 습득과 공부에 대해서 상당히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해내는 편일 거다. 어디 가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어도. 아직 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나 익숙함은 너무나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생계가 달린 일이니만큼 그동안 가져본 적 없는 절박함으로 열심히 해보고 싶다.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적어도 1, 2년 후에는 정말 개발자, 프로그래머라고 부르기에 부끄럽지 않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