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아는데 늘 실천이 잘 안되는 것, 마음가짐의 문제. 요즘 다이소 알바가 슬슬 하기 싫고(어제는 비 맞으며 일해서 더 그랬나), 얼른 어디 직장에 취직해서 적어도 200은 넘는 월급 받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그랬는데 오늘 새벽에 잠에서 깨서 문득 가진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 맘을 먹고 생각해보니 이 알바 처음 구했을 때 내가 이 알바를 꽤나 맘에 들어했던 기억이 났다. 집에서 엄청 가깝지, 하루에 3시간만 일하지, 그거에 비하면 돈도 나쁘지 않지. 적어도 굶을 걱정없이 공부를 하거나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일이다. 몸 쓰는 일이라 몸은 약간 피곤하긴 해도 딱 일하는 시간만 끝나면 더이상 생각할 것도 없고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는 일이라서 좋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가게에 장사도 잘 안 되고 고생하는데, 난 다이소가 문을 닫는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일하고(물론 마스크 쓰고 일하느라 조금 귀찮아지긴 했지만), 돈도 그대로다. 이 일 덕분에 적어도 굶을 걱정은 없이 계속 프로그래밍을 조금씩이나마 계속 공부하고 있다. 여기저기 지원했던 곳들에 떨어진 건 마음 아프지만, 적어도 이 일이 있어서 굶을 걱정까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 또 내가 몸이 건강하니까 걱정없이 이 일도 계속할 수 있는 거고. 건강한 것만 해도 얼마나 복이냐. 많진 않지만 월급도 월급날 제때 들어오고 4대보험 들어가있고, 직원분들도 다들 친절하시고 점장님도 최소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일을 시키거나 잔소리를 하시진 않는다. 나야말로 어차피 일을 더 하나 덜 하나 3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느슨하게 했지, 그렇다고해서 해야할 일을 일부러 안 하진 않았지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하면 기대치가 올라가고 더 많은 일이 주어지거나 이 정도 인력이나 시간(알바 2명을 1명으로 줄이거나 3시간을 2시간으로 줄이는 식의)이 불필요하다는 경영상의 판단을 내리게 될까 봐, 또 내가 다치면 너무 손해니까 정말 조심스럽게 최소한의 의무만 다하자는 식으로 임했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개인의 삶을 봐서나, 그 알바를 내가 그만둔 뒤에도 누군가가 할 것을 생각하면 내가 몸 사리지 않고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것도 분명 문제다. 그렇지만 마음을 달리 먹고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니까 그것도 즐거웠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선에서, 또 너무 일이 늘어날 여지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야겠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고 늘 다짐하지만 정신차려보면 언제나 불평불만하면서 살던 대로 살고 있는 나에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