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성향 때문인지 사주나 타로 등에 오랫동안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사실 내가 그걸 직접 배워볼 생각은 별로 크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것들에 대해 많이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맹신하거나 신봉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즐거울 뿐만 아니라 유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미래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조차 잘 모른다. 사주나 타로, 그밖에도 혈액형별 성격, 별자리, 관상, MBTI, 애니어그램 등 이런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공부하는 것은 자신을 더 알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삶 속에서 적어도 나 자신을 좀 더 알고 거기에 맞춰 살 수 있다면 좀 더 낫지 않을까 기대한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가야할 길, 내가 집중해야할 것, 내가 만나야할 사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딘지,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누구를 만나야할지 도무지 확신할 수가 없다.
이쩌면 이런 불안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점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검사나 상담을 받아보기도 하고, 신께 기도를 드리기도 하는 건 아닐까? 오늘 오랜만에 만난 분이 사주와 타로를 봐주셨다. 그것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일이었다. 내 경험들과 내가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 생각들을 돌아보고 나는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왔는지를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 성격은 어떻고, 어떤 사람들과 잘 맞았는지,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맺어왔는지, 어떤 태도로 삶에 임해왔는지, 자신에 대해 새삼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또한 타로카드든, 사주든 결국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열려있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긴 하지만, 모든 게 결정되어있는 건 아니니까. 도대체 사주란 게 어떻게 처음 생겼을까 몹시 궁금하다. 과학의 언어로는 아직 전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참 흥미롭다.
꿈작업도 했다. 얼마 전 페이스북 댓글로 그분이 꿈을 기억할 수 있으면 메모해보라고 하셔서, 생애 처음으로 내 꿈을 적극적으로 기록하는 데 도전해봤다. 대부분은 깨자마자 잊거나 기억이 거의 안 났지만, 일주일 넘게 매일 기억해야지하면서 깨자마자 메모하려고 하니까 그래도 꿈 두세 개 정도는 조금 길게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여태껏 꿈에 대해 과학적으로만 생각해서 별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내 꿈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상당히 재미도 있었고, 이 역시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만나고 와서 위 글의 일부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방금 꿈을 꾸다가 깼다. 여러 사람들과 워크샵을 갔는데 내가 말을 하는 도중에 끊겨서 아쉬워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생겼다. 그러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내가 아끼는 책갈피로 무슨 더러운 걸 긁는 걸 보고 화가 나서 꿈 속에서 막 소리를 질렀는데, 그 중 한명이 무슨 상황이냐고, 왜 화가 났냐고 물어봐서 그 책갈피가 어떤 건지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그 물어본 사람의 남자친구가 와서 내 말을 끊고 뭘 물어보더니만 그 커플이 같이 가버렸다. 그 분은 현실에서는 실제로는 한번밖에 못 뵌 분이고 그 분의 남자친구는 실제로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분인데, 꿈속에서 '뭐야, 이 사람들 엄청 무례하네'하면서 화가 나는 기분을 느끼다가 깼다.
어제 얘기했던 것 중에, 사주를 봐주시다가 다른 사람의 리액션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이 좋은 얘길 해주면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받지 않냐고 해서 엄청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 생각하니까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 나는 그게 좀 많이 그래서 사실 그동안 스스로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왔었다. '왜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평가에 목을 매고 거기에 휘둘릴까?'라고 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 부분이 근데 사주를 보다가 나의 성격 중 그런 부분이 있다고 사주에 나와있다고 하니까 뭐라고 해야할까,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지난번 샨티에 갔다가 별자리 성격을 봐주셨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내가 나의 결점이고 내 노력이 부족해서 내가 이상한 부분이고 고쳐야하는 부분이라고 스트레스 받아왔던 것들이 그냥 나의 태어날 때 정해진 특징이고 꼭 그게 나쁜 게 아니고 바라보기에 따라서 그냥 그런 사람인 게 문제는 아니라는 것같이 느껴져서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이 좋다고 평가해준 기억들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생 때 '학술적 글쓰기'라는 교양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이과 계열 학생 중에 이렇게 쓰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고쳐줄 부분도 별로 없고 조금만 더 다듬고 꾸준히 하면 글 쓰는 일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정말 진심이 느껴지는 칭찬을 해주셨다. 실제 성적도 A+을 주셨었고, 내 짧았던 대학생활에 몇 안되는 A+과목 중 하나였는데, 그때 개인첨삭에서 받은 그 칭찬이 내가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보다는 나름의 자부심과 즐거움을 갖게 된 큰 계기 중 하나가 됐던 것이 지금 오랜만에 새삼 기억이 난다.
반면, 다른 사람의 부정적 피드백도 내게 영향이 크다. 사실 남의 평가보다는 자기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동경하지만, 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많이 원하고 거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다. 물론 그거에 너무 휘둘리는 건 여전히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다곤 생각하지만 나도 어느 정도 중심을 잡으려고, 또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자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확실히 내게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걸 다시 자각하고 인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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