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고 왔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서울시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는 청년공간을 관리하고, 공간 이용자들과 관계를 맺고 또 이용자들끼리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주로 할 사람을 뽑고 있었다. 그밖에도 공간을 꾸민다거나 행사를 기획한다거나 근처 지역에 있는 이웃 공간들, 단체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도 한다. 또한 중요한 사업운영 목표 중 하나는 이용자들이 단순히 이용하는 사람으로 남는 게 아니라 주체성을 갖고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많은 청년들이 자기 삶의 현장에서, 또한 정치적으로 단순히 어떤 대상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스스로 낼 수 있는 주체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나는 받아들였다.
지난번 채용설명회 비슷한 행사에 갔을 때는 열다섯 명 이상의 사람이 왔었는데, 오늘 면접에는 내가 첫 순서였는데 총 세 명이 면접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날 거기 왔던 사람들이 다 지원을 한 건 아닌 건지, 다 지원했는데 서류에서 3배수인 3명만 남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류 합격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긴장이 돼서 가기 전에 집에서 명상을 하고 갔는데, 마음 편하게 갔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면접장소에 들어가서 4명의 면접관 앞에 앉으니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고보니, 서른하나가 되도록 면접경험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도 하다.
그 순간에도 내가 지원서에 왜 저런 말을 썼었나 후회도 하고,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았는데 왜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답변을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왔을까하는 생각도 하고, 진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나오는대로 말하다가, 그러다 왔다. 그나마 무슨 압박면접이니 그런 건 아니어서, 다들 따뜻한 분위기로 웃으며 얘기해줬는데도 그 정도였으니 난 압박면접같은 거라도 보게 되면 어버버하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공간을 어떻게 바꾸고 싶다든가 이상향같은 공간이 있냐고 물었는데, 사실 공간보다는 그 공간에 오는 사람과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만 많이 하고 가서 공간 자체에 대한 질문엔 다 어버버한 것 같다. 요즘 계절에 맞는 꽃이 늘 장식되어 있고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집에서 했는데, 그런 말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어쩌나, 이미 늦었다.
정말 모르겠다. 내가 거기서 일을 하게 될까? 아닐까? 그나마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게 좋다. 이런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되니까. 면접 보고 온 오늘 저녁에 바로 알려준다고 했다. 다들 마음을 비우란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래, 뭐, 안 뽑힌다면 거기서 일할 운명이 아니었던 거겠지, 그게 나랑 맞지 않는 자리인 거겠지. 다른 지원해둔 곳도 없고, 다이소에서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됐으면 좋겠다. 지금 마음이라면, 그래도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치만 그건 해봐야만 아는 일이니까.
과거에 그만 살자. 되든, 안 되든, 이미 내 손을 떠났다.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 순간에 해야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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