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이하는 시즌이 됐다. 다이소 얘기다. 오늘 아침엔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노트 종류가 한가득 들어왔다. 다이소 상하차 아르바이트하면서 가장 무거운 물건이 A4용지, 노트같은 종이류와 세제 등의 액체류다. 번외로 아령, 자갈, 모래, 흙(각각 어항, 고양이화장실용, 화분이나 텃밭용 등이다) 종류도 있다. 종합장과 노트와 A4용지와 스케치북들을 나르면서 지금 시급 만원 어치를 넘어서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또 충격적일 만큼 많이 들어온 물건이 앉은뱅이 책상/밥상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접이식 좌식테이블 정도 된다. 이 물건이 많이 들어오면 힘든 이유가 일단 이 녀석 진열되는 층이 지하다. 우리 매장은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유일하게 지하 1층만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다. 즉, 지하에 진열되는 물건은 전부 계단으로 옮겨야한다는 것이다. 이 물건은 한 상자에 4개씩 들어있는데, 그게 어제도 스무 상자, 오늘도 스무 상자가 왔다. 어제오늘 합쳐서 총 160개의 테이블이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걸 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나른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는, 이 많은 테이블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새 학기라 이 물건이 많이 팔린다는 건 알겠는데, 160개나 되는 테이블을 다 어디에 보관하고 있겠는가. 우리 매장 지하에는 '집수정'이라고 해서 상하수도 배관 등이 지나가는 계단 아래 공간이 있는데, 여기도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다 그 많은 접이식 테이블을 다 넣었는데 이 접이식 테이블이 들어있는 상자가 약해서 높이 쌓으면 아래쪽 녀석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나무로 되어있고 파손 우려가 있는 제품이라 무식하게 쌓아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다. 키가 170밖에 안 되는 나도 바로 서면 머리가 닿는 그 좁은 창고에다 그걸 어떻게든 다 넣었다. 설마 내일도 또 테이블이 들어올까?
그밖에는 빨래건조대도 많이 들어왔고, 이 녀석은 4층에 진열하는데 한 상자에 빨래건조대 8개가 들어있어서 만만치 않게 무겁다. 길이도 엄청 길어서 카트에 싣기도 은근히 난감하고 창고에 보관할 때도 꽤나 공간을 잡아먹는 녀석이다. 이제 겨울은 가고 봄이 오는지 봄에 맞춘 상품들도 잔뜩 들어오고 있다. 2층에 있는 네임스티커 자판기에서는 드디어 겨울왕국2 배경음악의 반복재생이 끝나고 평상시의 네임스티커 자판기로 돌아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마스크는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처음에 마스크 구매 제한 수량이 한 사람당 200개였는데, 그 다음날 50개로 줄고, 다시 하루가 지나자 20개가 되고, 또 하루만에 10개가 되더니, 지금은 한 사람당 3개밖에 못 산다. 일하다보면 가끔씩 이런 걸 누가 쓰나 싶은 물건들도 있는데, 지난번에는 '바나나 케이스'가 그런 물건이어서 찍어서 인스타와 페북에 올렸더니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쓰고 있는 물건이었다. 특히 육아 필수템이라고 해서 정말 내가 내 좁은 세상 속에서만 살고 있었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얘기하다보니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다이소 일하면서 다 듣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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