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과학 이야기

이소연 박사님이 우주에 다녀온 지 벌써 10년

참참. 2018. 8. 4. 14:43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이 우주에 다녀온 지 벌써 10년이 됐다. 헐. 엊그제같은데.

그동안 참 어처구니없는 가짜뉴스와 루머에 시달려왔다는 게 참 안타깝다. 남성이었던 고산 씨가 갔다면 훨씬 덜했을 그런 루머들.

1) 이소연은 한국 정부의 돈으로 우주에 갔다와서는 미국시민권자가 되어 한국국적은 포기했다. ->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거기서 만난 남편과 결혼한 것까진 사실이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미국인과 결혼? 그럼 미국 시민권자? 그럼 한국국적 포기? 라는 뇌내망상을 거친) 기자가 자기 마음대로 기사를 썼다. 심지어 이소연 박사님은 "그 기사를 보고 '아, 맞다! 나 영주권 신청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결혼할 때까지도 학생비자가 1년이 더 남아있어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민권 아니고 영주권조차 아직 신청서도 못 넣었는데 이미 한국에선 한국국적 포기한 미국시민권자로 낙인찍혔다는 황당한 사실. 박사님이 미국 유학 간 것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원이라고 돈은 받는데, 박사학위 받자마자 우주 가느라 훈련받고, 와서도 온갖 언론과 강연 다니느라 연구 경력이 단절되어서 막상 무슨 연구를 새로 시작해야할지도 어렵고 연구도 안하는데 연구원이라고 계속 돈을 받는 것이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아서 새로운 길을 찾아 간 것이라고. 이소연 이후로 우리나라가 유인우주선이나 우주인 계획 등을 전혀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국내에서 우주에 다녀온 경험을 살려 후배를 양성한다든지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여건도 되지 않았단다. 언제든 국내에서 자신이 필요한 역할을 해야할 상황이 왔을 때 더 잘 수행해내고 싶다는 진심어린 말씀이 인상깊었다. 태극기 달고 우주까지 다녀왔는데 국적포기같은 건 아직 고려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2) 그냥 우주 관광 갔다온 거 아니냐? -> 도대체 남성인 고산씨가 한창 훈련받을 때는 1도 그런 소리가 없었는데 이소연 박사님이 다녀오니까 왜 관광으로 둔갑하는 건지 이해가 불가능하다. 우주에 관광 다녀온 리처드 게리엇이라는 사람 있는데 울티마온라인이라는 온라인게임 만든 유명한 게임개발자다. 우리나라 NC소프트에서도 같이 일한 적 있다. 그 사람은 자기 돈 몇백 억 내고 갔다왔다. 바로 이런게 관광이다. 이소연 박사님 바로 다음차에 올라가서 둘이 만난 적도 있다는데 게임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왔음에도 자길 못 알아봐서 리처드 게리엇이 서운해했단다.ㅋㅋ 이소연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관광객(리처드 게리엇같은)과는 다른 길고 어려운 훈련과정 끝에 다녀온 우주인이다. 한국 정부에서 여러 과학자들에게 지원받은 우주에서 행하고 싶은 과학실험 등 모든 요청 역시 착실히 수행해냈다. 다만 우주에서 하는 과학실험이라는 게 보통 사람의 눈에는 뭐 대단한 걸 하는 것처럼 연출하기 어려운 지루한 것들이라 뭘 한건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과학자들을 취재해서 영상물로 만들기는 원래 어렵다. 실제 실험이라는 건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들여다보는 게 전부인데 이래서는 '그림'이 안 나오니까. 천문학자들도 눈으로 망원경 들여다보는 일은 거의 없다.)

3) 게다가 잘 모르는 사실, 이소연 박사님 지구로 복귀하다가 죽을 뻔 했다. 소유즈 분리가 잘못돼서 원래 내려와야하는 방향이 아니라 뒤집혀서 내려오느라 열차폐체(단열재같은)가 부착되어있는 아래쪽으로 공기마찰열을 받지 않고 무방비인 위쪽으로 받아서 바깥이 상당히 많이 타버렸다. 내부에서는 뭔가 연기도 나고 이상신호가 있어서 전원은 껐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분석결과를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고. 게다가 원래 보통 내려오는 곳에서 500Km 벗어난 곳에 떨어져서 구조팀도 안 오고 카자흐스탄의 100년 전 모습 그대로 사는 유목민들에게 발견되어서 '사람이 맞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그 유목민 중에 러시아어를 떠듬떠듬이나마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 없었으면..... 그대로 외계인 취급 받을 뻔. 그 사람들 입장에선 핸드폰도 없는 사람들이 웬 기계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고 안에서는 허연색 이상한 걸 잔뜩 입은 생명체가 나와서 바닥에 누워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우주에서 복귀하면 갑자기 생긴 중력 때문에 다시 적응하기 전까지 상당히 몸이 힘들단다.)


덤으로 미국에서 교수가 됐다는 기사도 났는데, 그것도 거짓. 미국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서 여기저기 구하다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대학교의 시간강사로 기초물리학을 가르쳤단다. 거기서도 시간강사의 처우가 그렇게 좋진 않아서 남편이 월급명세서를 보고 '거의 최저임금 수준인데?'라고 했다는 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