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과학 이야기

[덜 알려진 여성과학자] 세실리아 페인(Cecilia Helena Payne-Gaposchkin)

참참. 2018. 7. 24. 21:19

세실리아 페인(세실리아 헬레나 페인가포슈킨(Cecilia Helena Payne-Gaposchkin, 1900년 5월 10일 ~ 1979년 12월 7일)

태양이 주로 수소로 이루어졌음을 처음으로 밝힌 사람. 여성 천문학자. 태양의 구성 성분을 알아낸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현재까지도 천문학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원래 영국에서 나고 자랐으나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하고도 학위를 받을 수 없었다.(케임브리지대는 1948년까지 여성에게는 석박사는 커녕 학사 학위조차 수여하지 않았다.) 계속 공부를 하기 위해 그나마 사정이 나은 미국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1923년 하버드대로 갔다.
1925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빛의 분석을 통해 별(항성)을 이루는 압도적으로 많은 원소는 수소임을 밝히는데 이는 당시의 천문학자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최고의 천문학자로 인정받던 이들 역시 별은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로 이루어졌을 거라 굳게 믿고 있던 때였다.
급기야 학위논문심사과정에서 결론을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구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로 바꾸라는 권유를 받아 결국 결론을 약간 고치게 된다. 4년 뒤 세실리아 페인이 옳았음이 밝혀졌고 논문심사에서 말도 안된다며 그의 결론을 부정했던 유명 천문학자가 오히려 그 공로를 가져가게 된다. 그러나 그 본인도 이걸 처음 밝힌 건 세실리아 페인이라고 인정했고 지금은 그의 업적으로 제대로 남아있다.
박사학위 이후에도 변광성 연구 등 열정적으로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렇게 뛰어났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조교자격만 가지고 계속해서 연구에 참여하는 고생 끝에 여러 학자들의 인정과 노력으로 천문학자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더 시간이 지나 1956년에서야 하버드대 정교수가 되는데 하버드 예술과 과학 학부(Harvard's Faculty of Arts and Sciences)의 최초의 여성 정교수(종신 교수, 테뉴어)였다. 이후에는 천문학과 학과장이 되어 다시금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의 한 학부를 담당하는 사람이 된다. 그 전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여성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박사학위, 정교수 등 주류 과학계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독보적인 업적은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편견, 차별, 집안의 반대 등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학을 하고싶었던 많은 여성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지금은 미국 천문학과 대학원생의 약 35%, 미국 천문학 정교수의 15%가 여성이라고 한다.(아직까지도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