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과학 이야기

초저녁 하늘에 밝은 별은 인공위성? 그리고 아폴로 11호 음모론

참참. 2018. 7. 24. 19:02


하늘에 밝은 별이 인공위성일 거라는 말은 누가 퍼뜨렸을까? 나도 몇년이나 그런가? 하고 있었는데 알아보니까 전혀 아니었다. 인공위성 중 빨리 도는 위성은 딱 봐도 속도가 빨라 별로 오해하기 어렵고, 지구 자전속도와 똑같이 돌아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정지위성은 고도가 높아 지상에서 맨눈으로 안 보인단다. 주로 초저녁에 보이는 밝은 별로 사람들이 인공위성으로 가장 자주 오인하는 것은 '금성'이다. 금성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천체 중 달 다음으로 밝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가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청소년, 성인 가릴 것 없이 진짜 많다. 주변을 둘러보니 달에 갔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보다 달에 가지 않았다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해는 된다. 나도 최근까지 별 생각없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찾아보니 그냥 음모론일 뿐이었다. 거의 '타진요'나 지구가 사실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음모론인 '지구평평론'이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 아마 1969년이라는 게 요즘 느낌으로는 엄청나게 옛날이고 기술도 발달하기 전처럼 느껴지는 데다,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도 달에 사람이 일상적으로 왕래하거나 달에 무슨 기지를 건설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음모론이 워낙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서 그런 건지도.

사실 그렇게 이른 시기에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소련과의 냉전 때문이었다. 아폴로 11호 이후에도 17호까지 총 6번을 더 쐈으며, 고장나서 실패한 13호(사고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정말 기적적으로 세 사람 모두 살아서 지구로 돌아왔다. 워낙 극적이어서 최초 달착륙보다 더 이슈가 되었으며 아폴로 13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3을 저주의 숫자라고 믿는 미국인들에게 이것의 상징성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달에 사람을 두 사람씩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계획은 20호까지였는데, 미의회에서 별 이득도 없는데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아폴로 달탐사 계획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더 이상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게 됐단다.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쏴서 도발한 소련이 없었더라면 그 시대에 인간이 달에 갈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소련은 루나 9호라고 해서 미국보다 먼저 달에 기계를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생중계까지 했었다. 게다가 미국이 쏜 로켓(사람이 타지 않은)이 공중에서 폭발하여 실패했을 때는 죽은 사람도 없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하는 식으로 '조의'를 표해서 미국의 실패를 비웃기도 했다고. 그런 소련이 아폴로 11호가 쇼일 가능성이 있었다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있을까? 소련도 70년도에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었지만 2등은 의미없다며 보내지 말자고 결정한 당시의 문서도 이미 공개되어있다고.

번외로 일본은 이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있는데 '하야부사'라고 하는 탐사선으로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 기계를 착륙시켜 조사하고 다시 지구로 귀환까지 시켰다. 사람을 태웠던 아폴로 호를 제외하고는 우주에 나갔다가 지구로 다시 돌아온 예가 아주 드물다는 점에서 대단한 기술력이고, 소행성을 탐사하러 로켓을 쏜 경우도 세계에서 별로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유의미한 과학적 성과를 냈다. 게다가 드라마틱하게도 고장(?)으로 원래 귀환예정이었던 때는 못 돌아오다가 자체수리(?)를 통해 기능이 회복되어 원래 귀환하려던 때보다 3년이나 늦게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일본의 과학적 성과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기사도 거의 안 나왔다. 심지어 하야부사 탐사선이 귀환한 날이라든지 하는 중요한 날들은 이상하게도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성과를 올린 날과 겹쳐서 더더욱이나 기사거리가 되지 않았다.(기사가 묻혔다는 건 아니고 기사 자체가 거의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 한글로 하야부사 쳐보면 오토바이가 압도적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