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집짓기
자연농 배우는 참참(김진회)
우리 마을엔 집짓기가 한창이다. 집 하나 달랑 있던 그 골짜기에 도토리님이 지내는 컨테이너가 봄에 들어왔고, 집 두 채가 뚝딱뚝딱 올라가고 있다. 우리에게 농사지을 땅을 빌려주신 모래무지님네와 그 아래 부엉이님네다. 모래무지님네는 ALC블럭(경량콘크리트벽돌), 부엉이님네는 나무로 만드는 집이다. 모래무지님은 그 골짜기에 땅을 구입한 지 3년 정도 됐고, 집에 대한 고민도 오랫동안 했다. 흙, 나무, ALC블럭, 샌드위치 판넬 등 집을 무엇으로 지을 것인지부터 많이 조사하고 함께 의논도 했다. 집이란 것에 대해 다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집 짓는 데는 그것 말고도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어마무시하게 많다는 걸 이번에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됐다.
첫째는 도로문제다. 길이 이어지지 않은 땅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니! 올해 처음 알았다. 실제로는 차가 갈 수 있더라도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면 소용없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일이 복잡해지는지 모른다. 집을 지으려는 땅까지 몇 사람의 땅을 지나서 길을 이어야하는지에 따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기도 한다. 도로를 새로 내는 공사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 확인을 받아 등록까지 해야 한다.도로와 이어져있으면 땅값이 더 비싸고, 길이 이어져 있지 않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땅은 ‘맹지’라고 부른다.
둘째는 건축업자 문제다. 집을 혼자 짓는다면 상관없지만 보통은 기술이 있는 건축업자나 기능공들과 함께 짓는다.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직영과 도급(일괄 도급)이다. 도급이면 한 건축업자나 회사와 계약을 하고 업자나 회사가 알아서 짓는다. 어떻게 보면 서로 가장 편한 방식이지만 돈이 많이 든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워 부실공사 등에 대처하기도 어렵다. 또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므로 세금이 부담스러워 실제로는 도급이나 다름없어도 서류는 직영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직영은 건축주가 직접 건축 과정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건축주 자신이 건축업자가 되어 집을 짓는 셈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다. 다만 포크레인 등 중장비 기사부터 시작해서 조적공이나 목수 등 각 과정마다 필요한 기능공이나 인부들을 구하는 등 일이 많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경험도 있어야 사람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이 그 공사현장에서 계속 지내면서 관리와 감독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곁에서 잠깐 지켜보았을 뿐인데도 건축의 세계 역시 온갖 이상한 일이 가득했다. 그 이름은 ‘관행’인데 실은 사기가 아닐까? 건축업자와 설계사는 대개 따로 있는데 건축업자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설계사가 필요가 없다. 설계도에 나와 있는 철근의 굵기라든지 시멘트의 두께라든지 하는 것들을 하나도 지키지 않는다. 그것도 지키는 사람이 바보라는 식으로 아주 당당하다. 물론 그들 입장도 이해는 된다. 평생 그랬고 여전히 다들 그러고 있고 어쨌건 그렇게 지은 집이 폭삭 주저앉아버린 경험을 직접 하진 못했으니까. 그 집이 속에서야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사는 사람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는 다 짓고 가버리면 알 수가 없는 문제 아니겠는가. 남들은 다 싼 거 써서 공사비 챙기는데 자기만 설계도에 나온 대로 지으면 얼마나 손해겠는가, 견적도 남들보다 비싸게 나오니 계약 따내기도 어려울 거고.
집 지으면서 건축업자와의 갈등과 집의 하자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인터넷에 검색 한번만 해보면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집을 지은 경북 봉화의 귀촌한 젊은 부부도 계약하기 전까지는 건축주가 갑이지만 계약하는 순간부터 건축업자가 갑이라는 글을 썼다.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알아보고 평판이 좋은 사람을 구한다고 애를 쓰는데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이 난다.
서양과 우리나라는 돈을 주는 방식의 차이도 있다. 서양에서는 공사를 진행하면 일한 날의 수에 따라 돈을 준단다.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하느라 공사 기간이 길어져도 일하는 사람들은 더 일한 날짜만큼 돈을 더 받으니 크게 불만이 없다. 우리나라는 처음에 건축업자에게 공사 전체의 견적으로 계약을 한다. 이미 전체 공사대금이 정해졌으니 계약하는 순간부터 건축업자는 가능한 한 싸고 빠르게 인건비를 덜 들여 완성할수록 이익이다.
집을 짓는 게 워낙 큰 일이다보니 이렇게 힘도 많이 들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지만 한편으로 무척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모래무지님 집 옆에 우리 부부도 집을 지으려 한다. 내년 봄에 목수일을 배운 친구와 부부 노동력으로 6평의 경량목구조 이동식 주택으로 지어 ‘농막’ 기준에 맞출 계획이다. 어떤 집을 지을까 찾아보고 상상해보는 일은 즐겁다. 유튜브에 tiny house라고 검색해 세계 각지의 초보자들이 직접 지은 다양한 집들을 보고 놀라면서 우리 집도 조금씩 설계해보고 있다.
개구리님도 집짓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골짜기보다 좀 더 깊은 산 밑에 조용한 곳이다. 마침 잣나무를 잔뜩 베어낼 일이 생겨 기왕에 생긴 그 나무들을 이용해 집을 짓고자 하신다. 추석 전에 껍질을 벗긴 나무들을 잘 마를 수 있게 쌓는 작업을 함께 했다. 넷이서 나무들을 이리저리 나르고 들어 올려 쌓았다. 가벼운 것은 둘이서 날랐지만 큰 것은 넷이 들어도 어려워서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나무 막대기에 끈을 연결해 그 끈에 나무를 넣고 둘이서 작대기를 드는 방식으로도 하고, 그러고도 안 되는 것은 다른 나무 두 개를 레일처럼 놓고 넷이서 나무의 한쪽 끝을 어떻게든 들어 올려 레일 위에 올린 다음 굴려서 가져가기도 했다. 다 쌓아놓고 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모쪼록 얼른 이 집들이 완성되어서 따뜻한 보금자리도 되고 함께 웃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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