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발자국을 포개다>, 김소연, 이선옥, 박노자, 홍세화 외 지음.

참참. 2013. 5. 23. 08:47



발자국을 포개다

저자
김소연 지음
출판사
꾸리에 | 2012-12-0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나온 이 책은, 이를테면 ‘투쟁하는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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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선생님께서 이번에 새로 시작하신 학습협동조합이 있다. '가장자리'다. '말과활'이라는 격월간지를 내는 학습협동조합으로 계획하셨다. '말과활'은 아직 첫 호도 나오지 않았고, '가장자리'의 공부모임도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한다. 그 협동조합 '가장자리'의 조합원이 되어 첫 설명회에 갔다가,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이 책은 작년 대선 전에 나온 책이다. 대선 후보로 나섰던 김소연 전 후보님의 이야기와, 그와 관련한 대한 이야기, 즉 새로운 정치, 노동정치 등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작년 대선 때는 군대에 있어서, 김소연 후보가 대선에 나왔다는 건 알았지만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나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배제된 자들이 계속 배제되어가는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듣게 됐다.

지금의 야권연대, 진보적인 정권교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에 대해서는 들어보았다. 주로 내가 자주 들락거리는 김규항 선생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들었다. 진보적인 정권교체라고 하는 것으로 사실은 우리가 지향하는 것들이 다 무너진다는, 뭐, 그런 골자의 이야기들이었다. 난 그런 글들을 계속 보면서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곳에 표를 던져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당장 조금은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던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정말로 암담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절하게 깨닫는다. 얼마나 암담한 상황인지, 얼마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건지. 어째서 그 연대가 완전히 헛된 것인지를. 물론, 나는 아직도, 새누리당보다는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한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의 역사와 절망감 속에서 그들은 사실 같다는 것을, 오히려 진보라고 자처하는 그들이 더 신자유주의의 집행에 앞장설 수도 있으리란 것을 분명히 느낀다.

절망적이고 답답한 마음으로 읽던 가운데, 끝에 실린 박노자 선생님의 글에서 숨통이 트였다. 유럽의 구좌파들이 어떻게 망해갔는지, 그들이 어떻게 해서 더 신자유주의를 집행하는 세력이 되고, 어떻게 해서 현재 젊은이들에게 외면받게 되었는지에 대해 분석해주셨다. 아, 한국과 똑같다. 민주당은 고사하고, 다 합쳐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진보정당에서도 이미, 젊은이들에게 외면받는 유럽 구좌파들과 똑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노자 선생님은 절망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스 등 남부유럽에서 실업률 50퍼센트의 현실에 저항하여 나온 젊은이들을 포섭하는 급진좌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신다.

지금 잘 조직되어있는 정규직 노조, 대형 노조들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 분명 역사적 의미가 크고 좋은 의도의 조직이지만 지금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이미 훨씬 다수의 노동형태가 된 비정규직, 파견노동자들, 그리고 여성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노동자보다 더 못한 영세 자영업자들인 일명 떡볶이 아주머니, 슈퍼 아저씨들과 함께 해야한다. 좌파가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끝난 거다. 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 비정규직을 가입시키지 않는다면, 진보정당이 일부 노동자들을 위해 더 낮은 곳에 있는 약자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면, 그건 안되는 거다. 홍세화 선생님이 계속 말씀하시듯, 그 세력들은 이미 자본에 의해 배제된 이들을 그 안에서 다시 또 배제하는, 이중의 배제를 자행하는 것이다. 가장 아래쪽에 있는 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세력이 커져서, 진짜 노동정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과, 구직자들까지 아우르는 '청년유니온'과 같은 단체들,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 출신으로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김소연 전 후보. 우리 사회에서도 계속 희망은 싹트고 있다. 그렇게 믿으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