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만남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강성미 선생님과 서울자유발도르프 학교에 가다

참참. 2013. 5. 10. 11:45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를 쓰신 강성미 선생님, 아니 민주 엄마 님과

부천에 있는 서울자유발도르프학교에 가다.

- 진회의 작은 뒷이야기.



  1층에 있는 2학년 교실에서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의자가 없었다. 이곳에서는 1학년과 2학년 교실은 '움직이는 교실'이라고 해서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았을 때 책상으로 쓸 수 있는 긴 책상만 놓아두었던 것이다. 우리도 모두 바닥에 놓아주신 두툼한 붉은색 방석 위에 앉았다. 다른 분들은 아이들 책상을 의자 삼아 앉기도 하셨다.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리 크지 않은 방(교실이라니!)에 방석과 작고 긴 의자에 둘러앉은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따뜻한 기운이 감싸안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쿠키도 준비해주시고, 커피와 차도 많이 준비해주셨다. 

 



 

  서울자유발도르프 학교에 자리를 마련하고 모임을 준비하신 선생님께서 여는 말씀을 간단하게 해주시고, 사회자를 맡으신 학부모님께서 진행을 해주셨다. 사회자께서 자유롭게 질문을 던져달라고 부탁하신 뒤 첫 질문을 먼저 던져주시는 것으로 부드럽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야기를 시작한 뒤에도 계속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셔서 나중에는 상당히 많은 분들이 계셨다. 엄마뿐 아니라 선생님, 아빠도 오셨다.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는 문제들은 역시 비슷비슷한 듯, 푸른숲발도르프 학교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책에서 많이 나오는 민주 말고 동생인 민성이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셔서 민성이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민성이는 민주와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닌 아이라고 하셨다. 그러고보니 민주 엄마는 민성이 엄마이기도 하다. 민성이 엄마는 그동안 민성이와 있던 여러 이야기들을 즐겁게 이야기해주셨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부터 늘 민주가 먼저 주도권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엄마는 그걸 들어주다보니, 민성이가 학교 생활에 대해 말을 덜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첫째인데도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도 하고싶은 얘기 많은데 누가 잘 들어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먼저 주도권을 잡고 이야기를 해서 잠자코 있어야하는 상황이 되면 답답했던 적이 많아서 공감했다. 어떤 분은 민성이가 남자아이인 줄 알았다고 하셨는데, 사실 나도 한참을 그렇게 생각했던 지라 뜨끔하기도 했다!

  아빠분들이나 맞벌이하시는 엄마분들께서는 학비도 비싸고, 현실적으로 일은 해야만 하는데 일을 하다보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을 고민하셨다. 이렇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은 것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시며. 민주 엄마는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하셨다.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더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학교에서 무얼 배우고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 늘 물어보고 들어주고 전화로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관심. 그 관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또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역시 재정문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미국에서는 기부문화가 발달을 했고, 민주가 다닌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알려지거나 위화감이 조성되는 일없이 보조금을 받아 학비를 50%나 30%만 내고도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러한 문화가 없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하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아주 강력히 전해주셨다. 가난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먼저 '나 돈 없어, 그렇지만 우리 아이는 좋은 교육 시키고 싶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세를 우리부터 먼저 가지자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발도르프 학교와 그 부모님들부터 삶의 태도를 바꿔나가고 그런 문화들을 시작을 하면 점점 바뀌어나갈 수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누군가는 시작해야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참 와닿았다.

  발도르프 교육에 공감하고 그대로 실천하시려는 의지가 있으신 분들께서는 발도르프에서 TV와 인터넷 등 미디어를 완전히 차단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다. 미디어 관련 고민들을 대략적으로 요약해보면 이렇다. 첫째는 집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친구집, 친척집, 그 외 사방에 널려있는 것이 미디어라 그런 부분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 둘째는 TV를 늘 보며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온 삶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 셋째는 수많은 또래 아이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 등이 없을 때 우리 아이가 친구도 못 사귀고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내가 아이에게 너무 이런 것들을 억지로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특정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

  첫째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 것까지 엄마가 어떻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아이가 매일 집에서 주식으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것과 늘 유기농 등 좋은 음식을 먹다가 가끔 어쩌다 한번씩 먹는 것과 비교를 해주셨다. 결국,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만 잘 보호를 해준다면 실수로 조금씩 보게 되는 것들 정도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아이에게 있을 것이고, 주식이 그렇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둘째에 대해서는 일단 없애고 나면 재미있는 일들이 보인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바로 없앴는데, 그러고나니 바느질도 하게 되고, 아이들 간식도 만들게 되고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았고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셋째에 대해서는 최대한 발도르프 학교 등 이런 정신을 공유하는 곳에 함께 있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런 미디어 등에 노출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얼마나 안좋은 영향이 많은지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이런저런 예를 들어가며 해주셨다.

  많은 분들께서 고민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찾으시거나 알고 있던 답에 대해 믿음과 용기와 위로를 얻으시는 것 같았다. 다들 그러한 어려움에 공감을 하면서 선생님 말씀에 굉장히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꺼내 역시 어렵다고  하셔서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하시면서 잔잔하지만 확신이 있는 진정 어린 조언을 해주시니 모두들 힘을 받으실 수밖에 없으셨으리라. 지금 당장은 아직 현실적으로 별 상관이 없는 나마저도 참 좋고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었고 분위기였다.

  

  여담이지만, 한참 이야기하던 가운데 사진을 찍으시는 분께서 말씀하시던 민주, 민성이 엄마의 바로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미셔서 조금 당황하시기도 했다. 하하하. 

 


 

 샨티 식구들을 위해서는 한쪽 벽에 좌판처럼 그 작고 긴 책상을 놓아주시고 그 뒤에 방석을 놓아주셨다. 우리는 샨티에서 그동안 낸 좋은 책들 중 부모님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들을 가져와서 보실 수 있도록 그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샨티에서 대표를 맡고 계신 평화님은 이러니까 꼭 소꿉장난하는 것 같다며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디자이너 곤스님은 홍대 근처 샨티 사무실에서 부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뒤쪽 구석에서 들으셨다. 학교가 아주 마음에 드신다고 한다.

 

  두 시간 여의 시간은 정말 금방 가버리고, 여는 말씀을 해주셨던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을 해주시고 진한 포옹까지 해주시는 것으로 공식적인 자리는 끝이 났다.

  우리는 또 신나게 학교 구경을 시작했다!


칠판에 그림이 참 멋지다. 그림이 그려진 문을 열면 안에 칠판이 또 있다.



2학년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그린 수채화. 



아이들이 수업 때 쓰는 도구들.



출입문에도 꽃 문양을 붙여놓으셨다.




1학년 교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방과후 교실이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부드러운 분홍색이 정말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이렇게 걸려있다.




3학년부터는 의자가 있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오이리트미 방도 따로 있고.



그토록 궁금했던 라이어라는 악기의 정체!



곤스님이 그렇게 원하시던 라이어를 구경하고 소리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조율이 되어있지 않아 연주를 들을 수는 없었다.




더 작은 라이어.


교실마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이 늘 있다. 책에서 말씀하시던 것들을 모두 볼 수 있던 서울자유발도르프 학교. 참 예쁘고 아늑하고 포근한 학교였고, 모임 역시 그런 분위기였다. 


* 이 글은 2013년 4월 20일에 쓴 글입니다.

* 강성미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이 날의 이야기 보러가기 http://blog.naver.com/laughingmama/6019166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