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이경남 옮김

참참. 2026. 2. 22. 18:16
중요한 얘기를 하는 도중에 그보다 직위상 4단계 아래인 사람이 테드의 말을 자르더군요. "테드, 제가 보기에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을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테드는 굽히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친구도 물러설 생각이 없더군요. "잘 안 된다니까요. 이사님은 서로 다른 두 보고서를 혼동하고 계세요. 잘못 아신 거라고요. 우리는 소니하고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합니다."
까마득한 하급자가 여러 사람 앞에서 테드 사란도스에게 정면으로 대들다니!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런 항거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심장이 오그라들어 의자 밑으로 숨고 싶을 지경이었죠.
그런데 회의가 끝나자 테드가 일어나 그 친구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하더군요. "오늘 회의 아주 좋았어. 의견을 주어 고마웠네." 테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나중에 화장실에서 테드와 마주쳤는데, 그는 제게 첫날 인상이 어땠느냐고 물었어요. 대단하더군요. 그 친구가 이사님에게 따지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 대답에 테드는 오히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보게, 브라이언. 평판이 나빠질까 봐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면 그날이 바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야. 우리가 자네를 고용한 건 자네 의견을 듣기 위해서야.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내게 솔직하게 말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테드는 하급자가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분명히 입증해 보였다. 상사는 하급자에게 피드백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브라이언에게 가르쳤듯이). 그다음 피드백을 받으면 소속 신호로 응답한다. 테드가 그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은 것처럼.
넷플릭스에서 리드는 이 두 가지를 가장 자주 보여주는 리더다. 이러한 이유로 리드는 회사의 어느 고위 인사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더 많이 받는다. 그 증거가 바로 그의 '360도 서면 평가'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이 평가에서 그는 다른 어떤 직원보다 더 많은 피드백을 받는다. 리드는 피드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정성을 들여 소속 신호로 응답한다. 때론 비판을 받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70쪽

 

어제 회의실에는 이사와 부사장 그리고 대표님을 잘 모르는 사람이 섞여 있었습니다. 제가 대표님을 잘 몰랐다면, 어제 패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내 의견이 무참히 묵살될 수도 있으니 앞으로 대표님 앞에서는 공개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부디 저의 조언을 언짢게 받아들이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로셸

로셸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스리랑카의 카레라이스 전문점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때부터 대형 다국적기업의 연수책임자, 보스턴에 기반을 둔 한 중소기업의 디렉터, 경영대학원의 교수 등 그동안 내가 거쳐 온 모든 일자리를 떠올려 보았다.
그런 조직에서 누군가가 우두머리에게, 회의에서 보인 그의 말투가 너무 지나쳤다고 정중하지만 솔직하게 충고한 경우가 있었는지 기억해 보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게 없었다!
나는 노트북을 열어, 5년 전에 로셸이 보낸 메일을 기억하는지 리드에게 이메일로 물었다. 몇 분 뒤에 답장이 왔다.

To 에린,
그 회의실(양평)도 기억나고, 내가 앉았던 자리와 패티가 앉았던 자리도 모두 생각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그런 식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얼마나 한심한 기분이 들었는지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 리드

다시 몇 분 뒤에 리드는 로셸이 그에게 보냈던 이메일과 함께, 그가 그녀에게 보낸 답장까지 내게 보내주었다.

To 로셸,
내게 그런 피드백을 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적절치 않아 보이는 저의 행동을 또 보게 되면, 부디 앞으로도 서슴지 말고 일러주길 바랍니다.
- 리드

로셸의 피드백은 솔직했지만, 사려 깊었다. 거기에는 진정으로 리드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74쪽

 


솔직한 분위기라고 해서 아무 행위나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에 몇 번 넷플릭스 직원들이 내게 피드백을 주었을 때, 나는 그 내용이 너무 의외여서 피드백의 규정이라는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음에 둔 것을 말하라'라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러나 넷플릭스 매니저들은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을 교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들은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구분하여 어떤 피드백이 효과적인지 문서로 분명히 밝힌다. 그들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솔직함과 관련된 넷플릭스의 모든 교재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것의 효과를 설명하는 수십 명의 인터뷰이의 말을 들은 후, 그런 교훈을 4A 형식으로 정리했다.

4A 피드백 지침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모습이 무척 거슬립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습관을 고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에린에게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4.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중략)


더그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특히 힘들어한다. 대부분의 경우 적당한 순간이나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 따라서 팀에 솔직한 문화를 주입하려면 세 번째 원칙이 필요하다.

피드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하라

78쪽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에는 항상 귀가 쫑긋해진다. 나도 이런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진짜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색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나고 자라고 소속되어온 문화의 영향도 있다. 다행히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연습하고 훈련한다면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인 부분이다. 근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을까는 여전히 또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도 지금 다니는 회사가 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고, 현재 소속된 스쿼드 PO 분도(이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고) 그런 문화를 지향하고 있으니 바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

 

만약 CEO가 휴가를 2주만 쓴다면, 직원들은 무제한 휴가 규정이 말뿐인 자유라고 생각할 것이다. 무제한 휴가 규정에도 상사가 휴가를 2주만 쓴 걸 보면, 차라리 애초에 그보다 많은 3주를 휴가기간으로 정해주길 바랄 것이다. 규정이 없을 때 사람들은 주로 상사나 동료들이 내는 휴가기간을 보고 자신의 휴가를 결정한다.
따라서 휴가 규정을 없애려고 한다면, 모든 리더가 상당 기간 휴가를 낸 후 다녀와서도 휴가에 관해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패티는 처음부터 이와 같은 책임을 분명히 일러주었다. 휴가 규정을 폐지하기로 한 2003년 지도부 회의에서, 그녀는 이사진부터 장기 휴가를 가고 휴가 후일담을 많이 전해야만 이에 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정이 없을수록 상사의 솔선수범이 더욱 중요해진다. 패티는 사무실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인도네시아나 네바다주의 타호호 같은 휴가지에서 보내 온 엽서를 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7월에 남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테드 사란도스가 돌아오면 7,000장이 넘는 사진을 추려 모두가 함께 앉아 슬라이드 쇼를 하자고 했다.
규정이 없으면 사람들은 '엄격하지 않은 제약'의 허용 범위를 알아내기 위해, 부서에 있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눈치로 살피게 된다. 나는 평소 여행에 관심이 많았기에 휴가 규정을 없애기 전부터 이미 휴가를 넉넉히 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규정을 없앤 뒤로는 휴가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99쪽

 

3-1장 요약
- 휴가 규정을 없앨 때는 사전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평사원이든 매니저이든 모두 얼마 동안 휴가를 쓸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설명하라.
- 휴가로 몇 시간 자리를 비울지, 아니면 하루나 1주일 또는 1개월 동안 자리를 비울지는 직원 스스로 정한다.
- 휴가 규정을 없애면 인원이 비는 자리가 생길 것이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상사가 팀에 부여하는 맥락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휴가를 배분할지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 상사가 휴가를 쓰는 방식은 하나의 모범이 되어 직원들의 적절한 행동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휴가 규정이 따로 없어도 상사가 휴가를 가지 않으면 아예 휴가가 없는 사무실이 되고 만다.

3-2 요약
- 출장 및 경비 규정을 없앨 때는, 매니저가 첫 단계에서 돈을 쓰고 마지막 단계에서 영수증을 확인하는 방식에 대한 맥락을 정해주어야 한다. 씀씀이가 너무 심하면 맥락을 알려주는 횟수를 늘려라.
- 상사가 경비를 통제하지 않으면 회계부가 나서서 매년 일정량의 영수증을 감사해야 한다.
- 직원들이 제도를 악용한다 싶으면 그들을 해고한 뒤, 그 내역을 공개하라. 탁월한 능력을 갖춘 사람도 예외가 되면 안 된다. 그래야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
- 자유를 허락하면 비용이 증가하는 부분도 생긴다. 그러나 지출이 조금 늘어도 자유가 주는 이득만큼 대가가 큰 것은 아니다.
- 자유가 허락되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돈을 지출해야 할 경우 실무자가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물품 주문이나 구매 청구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행정 비용만 없어도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 대부분의 직원은 자유가 주어지면, 규정이 있을 때보다 더 자제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들을 믿는다고 말해주면, 그들도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143쪽

 

경영진 회의 자리에서 나는 최근에 고객 수천 명을 신규 가입시킨 레슬리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 후, 그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만 계속하면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겠다고 덧붙이려는 찰나, 레슬리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래요, 리드. 대단한 일은 맞아요. 우리 팀도 굉장한 일을 해냈고요 하지만 신규 가입 고객은 계산에 넣으면 안 돼요. 사실 그건 이제 의미가 없는 숫자에요." 그녀는 수치를 들먹이며 계속 설명했다.
지난 분기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였지만, 이제는 늘어난 고객의 이탈을 막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마터면 레슬리의 보너스를 엉뚱한 기준과 연계시킬 뻔했다.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그런 예리한 지적을 해주는 레슬리가 고마웠다.
나는 레슬리와 의견을 나누면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보너스 방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어느 때든 한 번 정한 목표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목표라는 전제가 성립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러니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넷플릭스에서 1월에 정한 목표를 이루었다는 명목으로 12월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당장 급한 목표가 아닌 이미 과거지사가 된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위험이 있다.
161쪽


리드: 베스트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성공을 갈망하기 때문에, 보너스가 코앞에 보이든 말든 목표를 향해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다.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말 중에는 도이체방크의 CEO 였던 존 크라이언의 푸념이 있다. "나는 내 근로 계약서에 보너스 조항이 왜 들어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누가 어느 날 어느 해에 돈을 더 주거나 덜 준다고 해서 더 열심히 일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약속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연봉 값을 하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에린: 연구 결과를 봐도 리드의 예측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업무에서는 조건부 보너스 지급 방식이 동할지 몰라도, 창의적인 업무에서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성과만 떨어뜨릴 뿐이다. 듀크 대학교의 더그 에리얼 교수는 2008년에 실시한 조사의 결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실험에 참여한 87명에게 주의력, 기억력, 집중력, 창의력 등이 요구되는 일련의 과제를 제시했다. 가령 플라스틱 판에 금속 퍼즐을 끼우거나, 테니스공을 목표 지점에 던지는 것 등이다. 우리는 평균보다 뛰어난 성적을 내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게는 약소한 금액의 보너스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보통 수준의 보너스를, 세 번째 그룹에게는 꽤 큰 금액을 보너스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의 첫 실험 장소는 인도의 어느 시골이었다. 생활비가 아주 적게 드는 곳이라 큰돈을 약속할 필요가 없었다. 그 정도도 그들에게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으니까. 가령 최저 액수인 50센트 보너스도 그들로서는 하루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최고 금액은 50달러였는데 무려 5개월 치 월급이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보통 수준의 보너스를 제안받은 사람들은 적은 금액을 제안받은 사람들보다 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정작 흥미로운 건 거액의 금액을 제안받은 그룹이었다. 모든 과제에서 그들이 낸 성적은 다른 두 집단의 성적에 비해 무척 초라했다.
연구진들은 MIT로 실험 장소를 옮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숫자를 더하는 등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이 필요한 과제와 키보드를 얼마나 빨리 두드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기능적 과제를 주고, 600달러와 60달러 두 가지 보너스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기능성을 요구하는 과제에서는 예상대로 보너스가 효력을 발휘하여, 높은 금액을 제시받은 학생들이 낮은 금액이 걸린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초보적 인지력을 요구하는 과제에서는 인도에서 행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고액을 제시받은 학생들의 성적이 더 낮게 나왔다.

이런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우선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올려 큰돈을 받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최고의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가능성이 존재하는 '열린 인지 공간open cognitive space'에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제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

리드: 나는 이러한 사실을 넷플릭스에서 눈으로 확인했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
막상 보너스를 없애고 보니, 또 한 가지 놀라운 변화가 눈에 띄었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을 데려오기가 한결 더 쉬워진 것이다. 흔히들 보너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우리가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만약 두 곳에서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자. 한쪽은 연봉 20만 달러에 보너스 15%를 제시하고, 또 한쪽은 연봉 23만 달러를 제시한다.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당연히 숲속의 새보다는 당장 손 안에 들어온 새, 즉 23만 달러를 택할 것이다. 먼저 준다는 돈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임 끝.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포기하면 기본급을 더 높게 제시할 수 있고 의욕이 넘치는 사람만 불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재 밀도가 높아진다. 인재 밀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인재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업계 최고가 되도록 연봉을 계속 인상해 주는 것이다.
165쪽

 

 

리드의 답: 사과 상자를 뒤엎어라

2번 시나리오에 대한 나의 대답은 c),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다.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른 부서로 발령되거나 다른 사무실로 전근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변화는 불안하고 때로 스트레스가 된다.
물론 확실치 않은 일을 미리 알리면 너무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능률도 떨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른 곳에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일로 사과 상자를 뒤엎을 것인가?
그러나 투명한 문화를 조성하겠다면서 결론이 날 때까지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믿지 못할 위선자로 여길 것이다. 앞에서는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뒤돌아서서는 그들의 일자리가 어찌 될지 모른다고 소곤대는 이중인격자가 되고 만다.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당당히 나아가 사과 상자를 흔들어라. 부딪혀서 멍들 수도, 상자에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일단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직원들은 당신을 더욱 신뢰할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넷플릭스의 직원들도 그런 감정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정보 공개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정보는 알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자진해서 '퀴즈 시나리오 2'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의 답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212쪽

와,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6개월 정도 뒤에 구조조정이 있을 예정이고, 이때 몇몇 포지션이 더이상 필요없어지면서 그 포지션의 절반 정도의 직원이 해고될 예정이다. 확률은 50%. 이 사실을 해고대상자가 될 수도 있는 직원들에게 미리 알려줄 것인가? 그런데 미리 알려줬다가 오히려 6개월 뒤에 해고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6개월동안 쓸데없이 마음만 졸이고 걱정만 시킨 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대로 말하겠다라고 하는 대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됐다. 넷플릭스 내에서도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고 써놓은 걸 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넷플릭스 문화가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가에 대한 부분에서 신뢰성도 더 생기는 느낌이다.

 

2004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우편으로 DVD를 배달했다.
DVD 구매는 테드 사란도스가 책임지고 있었다. 새로 나온 작품의 DVD를 60장 살지, 600장 살지는 그가 결정할 문제였다. 우리는 그렇게 구입한 DVD를 고객에게 배송했다.
어느 날, 에일리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출시되었다. 나와 커피를 마시며 주문서를 작성하고 있던 테드는 인기가 대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불쑥 물었다. "영화 DVD를 몇 장이나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
"글쎄··· 뭐 별 대단한 반응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만 하죠."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한 달도 안 된 사이 이 영화의 인기가 폭등했고, 우리는 재고가 없어서 쩔쩔맸다. "좀 많이 사두지 그랬어요, 테드?" 나는 투덜거렸다.
"많이 사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가 볼멘소리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일반적인 의사결정 피라미드의 위험성을 직감했다. 나는 상사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렇지 않게 제시하는 의견도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영화의 DVD를 얼마나 주문할 것인가도 그렇지만, 넷플릭스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많은 실무적 결정에도 내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테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요, 테드. 당신이 하는 일은 내 비위를 맞추는 것도 아니고, 내가 찬성할 것으로 생각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 사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당신이 할 일이에요. 나라고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는 법이 있나요? 그럴 때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죠!"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236쪽

 

제럿은 암스테르담으로 올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 안건을 놓고 몇 주째 이리저리 재고 있었어요.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판이었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전 밤이고 낮이고 그를 설득할 수 있는 말과 문구를 죄다 동원했습니다. 목요일 정오에 그렇게 고치고 또 고쳐 쓴 이메일을 제럿에게 보냈어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저는 모니터를 보고 속삭였어요. "제발 승인이 나야 해!"
그날 미팅을 하는데, 너무 초조해서 손이 자꾸 떨리더군요. 이를 감추기 위해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죠. 그러나 제럿은 회의 내내 인원 보충 문제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어요.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어요.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 불쑥 끼어들었죠. "팀장님, 제가 말씀드린 <나르코스>에 관해서는 언제 의논하나요?"

파울로는 제럿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더 논의할 게 있어요? 파올로,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입니다. 내가 뭐 도와줄 일이 있나요?" 순간 벼락에 맞은 기분이더군요. 됐다! 넷플릭스에서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모든 맥락을 공개하는 순간, 기초공사가 끝납니다. 승인은 필요 없어요. 당신에게 달렸죠. 당신의 결정.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일하고 이를 통해 성공하길 바란다. 1980년 이후로 출간된 경영서들은 직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더 많은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바로 파올로가 말한 그런 방법이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대한 권한을 많이 가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를 품게 된다.
242쪽


넷플릭스의 만트라는 직원들이 상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일을 진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일의 진척 상황은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 셰일라가 실패할 것처럼 보이는 제안을 들고 왔을 때는 셰일라가 왜 당신 밑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넷플릭스가 왜 업계 최고의 보수를 주고 그녀를 데려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자문해 보라.
- 셰일라는 놀라운 능력을 갖춘 직원인가?
- 그녀의 판단력이 정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셰일라는 당신 팀에 있을 자격을 갖추었는가?

이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이 하나라도 나오면 세일라를 해고해야 한다(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 '적당히 해도 퇴직금은 후하다'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답이 '그렇다'이면 물러나 그녀가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 상사가 '결정권자'의 역할을 포기할 때 사업은 속도가 붙고 혁신이 가능해진다. 파올로는 제럿의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제럿이 그의 제안을 기각했다면, 파울로는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이디어를 폐기하고 다른 경로를 모색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멋진 아이디어뿐 아니라, 그 많은 시간도 아깝게 버려졌을 것이다.
물론 부하직원들의 결정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사가 부하직원의 결정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을 때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셰일라의 아이디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기가 어려운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246쪽

더 많은 혁신을 이루길 원한다면, 팀원들에게 상사의 비위를 맞출 생각을 하지 말고 사업을 진척시킬 방법을 찾으라고 교육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셰일라가 했던 바로 그런 식으로 상사에게 도전하라고 격려하라. "반대하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어요. 틀림없이 잘 될 거예요. 그래도 제 결정을 번복하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동시에 리더들에게 그런 결정을 기각하지 않게끔 교육하라. 오랜 경험에 비추어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어도 자제해야 한다. 직원들이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상사는 이런 식으로 말하기 쉽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그러나 그들은 상사가 망설였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도 한다.
249쪽


넷플릭스에 처음 왔을 때, 상사인 잭은 제게 칩을 몇 개 받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어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 칩을 걸라고요. 하지만 제 베팅이 최고의 베팅이 될 수 있도록 신중히 생각해야겠죠. 그가 요령을 설명해 주었어요."배팅하다 보면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런 개별적인 성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성과는 칩을 활용하여 사업을 얼마나 진척시켰는지 그 칩의 전반적인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베팅을 잘못했다고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큰일을 벌일 수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만 쫓겨납니다."

잭은 카리에게 설명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사의 승인을 받으라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맥락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후 모든 선택지를 알고 있어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유가 주어졌다고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면, 그것은 일단 형편없는 판단이 될 확률이 높다.
잭은 카리에게 넷플릭스의 혁신 사이클을 소개했다. 넷플릭스의 혁신 사이클은 카리가 성공할 확률이 높은 베팅을 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프레임워크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는 원칙은 직원들이 이런 간단한 4단계 모델을 따를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넷플릭스 혁신 사이클

꼭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음 사항을 따라야 한다.

1.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3.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베팅하라.
4.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254쪽

 

넷플릭스에서 일한 지 몇 주 되지 않았을 때, 법률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어요. "오마르손. 당신에게는 브라질 넷플릭스가 체결하는 계약서나 협약서에 서명할 권한이 있습니다." 저는 이메일의 일부 문구가 누락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즉시 답장을 보냈습니다. "어느 정도 금액까지 말하는 건가요? 그 금액 이상의 계약이면 누구의 결재를 받아야 합니까?
답장이 왔어요. "당신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죠.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도 내 마음대로 서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틴아메리카의 일개 직원에게 어떻게 그런 막강한 권한을 줄 수 있지? 내가 입사한 지 몇 주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그들도 알 텐데.'
놀랍기도 했지만, 겁이 나더군요! '나를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군. 그러면 정말 정확히 판단하고 철저히 조사해서 결정해야겠네. 내 상사를 위한, 그 상사의 상사를 위한, 그 상사의 상사의 상사를 위한, 결국은 넷플릭스의 모든 사람을 위한 결정을 누구 승인도 없이 나 혼자 독단으로 내려야 한다는 거잖아?'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책임감과 함께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정성을 들이게 되고, 계약할 때마다 회사 전체에 큰 도움이 되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직원들이 느끼는 책임감은 때로 막중하다.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디렉터인 디에고 아발로스는 야후yahoo에서 일하다가 2014년에 넷플릭스 베벌리 힐스 지사로 왔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넷플릭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매니저로부터 3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영화 인수 건을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야후에 있을 때는 5만 달러짜리 약정도 CFO나 법률고문의 서명을 받아야 했죠. 디렉터로 일하면서도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 적은 없었죠.
교섭 내용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계약하라는 상사의 말을 들으니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이거 사람 미치게 만드는군. 이러다 잘못되면 어쩌지? 이 계약 건으로 잘리는 것 아냐? 이 회사는 내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는 줄 아는 모양인데, 이거 완전 목에 올가미를 씌우는 거잖아? 그것도 내 손으로 말이야.' 저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 사무실을 나와 무작정 걸었어요.
자리로 돌아와 법률팀에서 검토한 서류를 넘겨받았는데, 서명란에 제 이름이 또렷하게 인쇄되어 있더군요. 손에서 진땀이 났어요. 펜을 꺼내는 손이 떨릴 정도로요.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줄이야!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동시에 해방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야후를 그만둔 데는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한몫하지 않았던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주도적으로 실행에 옮겨보려 했다가도,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쳐 막상 승인이 떨어질 때가 되면 이미 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죠. 그렇게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실패로 끝났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뭐. 30명이 동의한 일인데! 내 잘못만은 아냐!' 넷플릭스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는 6개월이 걸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처리하고 그렇게 처리한 것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직접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습니다.
 
272쪽

 

 

(앞 내용: 장기적으로 사무실을 구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5개년 채용계획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한 설비 담당임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이고, 이 사람아! 유연성보다 오류 예방을 중시하면 안 되지! 그건 완전 시간 낭비라고. 그런 계획은 아무리 공을 들여도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아. 그 프로젝트를 당장 취소해!" 그러나 그렇게 하면 통제로 리드하는 것이 된다.
나는 평소 넷플릭스 리더들에게 자주 하던 말을 떠올렀다.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설과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당시 나는 그 설비 담당 임원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사무실 공간을 선택하는 문제에서는 내가 아닌, 그가 정보에 밝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우리 조직 전체가 필요로 하는 맥락을 좀 더 정교하게 설정할 필요를 느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우리의 전략과 맞지 않으면, 그와 한 배를 탄 50명의 생각이 우리와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나는 다음 번 QBR 회의에 이 문제를 의제로 올렸다. 거기서 나는 우리 사업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예견할 수 없고, 예견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 넷플릭스가 항상 유연성을 허락하는 옵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걸 설명했고, 그에 관해 모든 리더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이런 문제도 사정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또 사업을 하다 보면 예측도 필요한 때가 있다. QBR 기간에 우리는 어느 정도의 기간을 예측해야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성장을 잘못 예측하거나 좋은 기회를 예측하지 못했던 사례를 확인했다. 우리는 난상토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 더 많은 돈을 들였거나 유연성을 줄이는 데 돈을 덜 들였던 과거의 사례들을 검토했다. 우리는 우리의 사업에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며 우리가 그런 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명확한 결론이 나거나 어떤 규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리더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에 관한 생각만큼은 확실히 조율할 수 있었다. 즉 장기 계획을 마련하여 오류를 방지하거나 돈을 절약하는 것은 우리의 1차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예측 못 한 기회가 생기고 사업 조건이 변할 때 빨리 적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북극성이다.
물론, 어떤 회사든 CEO는 첫 번째 층의 맥락만 정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어느 직급의 매니저이든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맥락으로 리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381쪽

 

마지막 점

같은 문화권에 있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줄 때는 2장에서 설명한 4A 피드백 지침을 사용하라.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피드백을 줄 때는 다섯 번째 A도 필요하다.

4A 피드백 지침은 다음과 같다.
•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APPRECIATE(감사하라)
•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여기에 다섯 번째를 덧붙이자.

• ADAPT(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
4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