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좀 싱거운 미역국을 만든 싱거운 이야기.

참참. 2013. 5. 10. 10:54

오늘은 어머니 생신이다.

수원으로 올라오셨다는데, 아직 얼굴도 뵙지 못했다.

어제 책이 나오고 출판사 식구들과 기분좋게 술을 마시고는

2호선 지하철 타고 사당으로 가다가 잠들었다.

깬 곳은 건대입구였고, 내렸을 때는 이미 모든 막차가 끊긴 시간.

건대입구역 앞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어머니께서는 아까 올라오셨다가 지금은 제사를 지내러 잠깐 다시 내려가셨다.

오늘이 생신이시지만 내일 점심식사나 함께하자고 하신다.

 

드릴 선물도 변변치않아 미역국이나 끓여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평생 얻어먹기나 했지, 끓여본 적 없는 미역국.

하지만 시대가 어느 때인가, 인터넷만 있으면 그럴 듯한 국 정도는 얼마든 끓여낼 수 있다.

맛이 있는가는 둘째치고서라도.

 

그 길로 집 앞 가게에 가서 미역을 사와 미역을 불려놓고 인터넷 검색.

냉장고에서 참기름을 찾아 미역을 볶고, 물을 부어 끓였다. 검색한 그대로.

마늘도 찾아서 다져 넣고, 이제 간만 맞추면 되는데, 맙소사.

간장이랍시고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이들은

 

 

아득한 내 고교시절에 이미 수명을 다하였으나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녀석들이었다.

 

이현주 목사님이라면 이 아이들과도 몇 마디 대화를 나누셨을까?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결국 소금만으로 간을 했다.

좀 싱거운 미역국을 만든 싱거운 이야기.

아직 어머니는, 도착하지 않으셨다.

 

 



* 이 글은 2013년 3월 30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