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2013년 3월 작은책 서울 글쓰기 모임 이야기

참참. 2013. 5. 10. 10:48

작은책 글쓰기 모임에 처음 참가하다. 

 

작은책 글쓰기 모임은 늘 가보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태껏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드디어 처음으로 참여해보게 되었다. 써놓은 글이 없어 북한산에 등산갔던 이야기(2013/05/10 - [내가 바라는 일상] - 북한산 백운대에 처음 오르다. - 영어와 산)를 당일 아침에 써서 갖고 갔다.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셨지만 그래도 그동안 강연과 뒤풀이에 참여하며 몇몇 분은 얼굴을 뵌 적이 있어 어색함이 덜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여섯 편의 글을 하나씩 읽고 합평해주는 시간으로 넘어갔다. 그냥 서로 글을 눈으로 읽고 이야기하는 것인 줄로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쓴 사람이 직접 목소리를 내어 읽는 것에 처음에 조금 당황하였다. 그러고보니 누군가에게 글을 읽어주는 것이나 누군가가 읽어주는 글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앞의 두 분 글은 직접 대화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간 글이었다. 세번째로 내 차례가 왔다.  앞 분들보다 글도 길고 문장들도 길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내 글은 두 분보다 확실히 문장도 길고 전체적으로 어수선했나보다. 안건모 선생님께서 영 마음에 안 드시는 듯 글이 별로라고 하셨다.

우선, 내 글은 지나치게 긴 문장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어색한 문장들, 비문들도 상당히 많았다. 문장이 길어지는 건 한 문장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꾸미는 말도 여럿 넣었다. 어색한 표현들도 곳곳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특히'나 '그리고'와 같은 말도 부적절하게 들어갔다. 퇴고하고 수정하는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이 크다. 직접 대화도 전혀 없어 전하려는 내용과는 달리 생동감이 떨어졌다. 글의 제목과 전체적인 주제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지적만 받은 것은 아니다. 안건모 선생님께서 내용이 바뀌는 곳마다 단락을 잘 나누었다는 점은 칭찬을 해주셨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비판받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가볍게 놀리는 것조차 왠지 공격당하는 것 같아 과민반응을 하곤 했다. 심지어 내가 친구들한테 늘 치는 장난을 똑같이 친구가 나에게 했을 때도 그랬다.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한 일도 많았는데, 그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나도 모르게 또 똑같이 반응하곤 했다. 상처도 받았다. 그런 모습을 스스로 관찰하며 참 마음이 아팠다. 책을 읽고 하면서 비판을 잘 받아들이는게 좋은 성장의 기회라는 걸 알았는데 그걸 제대로 실천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 그랬다. 이성적으로 그 일에 대해 내가 잘못했음을 인정을 한다. 그 사람이 충분히 그렇게 느꼈을 만하다고 이해도 한다. 그런데 그럴 때조차도 비판받는 순간에는 내가 움츠러드는 듯 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곤 했다.

그러던 내가 어제 글쓰기 모임에서는 다른 기분을 느껴보았다. 처음에는 또 전처럼 스스로 방어하려는 습관적인 감정반응이 나타나려 했다. 그 순간, 최근에 듣고 있는 출판편집자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매 수업마다 강조하시던 말이 생각났다. '기획안이 사정없이 까이면 너한테 더 좋은 거야.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겠어? 얼마나 좋아? 아직 책이 나온 것도 아니잖아. 고치면 되잖아. 듣고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이면 돼.' 한두번 읽고 듣는 것으로는 이 태도가 고쳐지지 않는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몸으로 체득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매 수업마다 저 말을 들어서 그런지, 그 짧은 순간 나는 생각을 변화시켜서 미소지을 수 있었다. 아주 열심히 지적사항을 메모하고, 내가 받아들일 내용인지 생각도 해보았다.

많은 분이 내가 더 나은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는 것이 기뻤다. 무엇보다 뿌듯했던 건 내가 그 지적들을 전과 같이 방어기제를 작동시키지 않고 받아들였단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지적해주신 작은책 글쓰기 모임 식구들 힘도 컸다. 같은 지적이라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트집을 잡으려고 할 때와 애정이 있어 진심으로 해주는 것은 다르니까. 유이분 선생님께서 꼼꼼히 글에 표시까지 해주시며 알려주실 땐 감동까지 받았다.

나도 조금은 성장하고 있을까? 그런 것 같다가도 또 한번씩 어린애같이 느끼고 행동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보다는 조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면, 그 증거는 이런 곳에서 찾아야하리라. 이 기분을 잊지 말고 '비판과 실패와 삶이 내게 주는 모든 경험들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의 습관을 만들어가야지.


* 이 글은 3월 24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