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달리기의 목적

참참. 2022. 11. 8. 09:44

어제도 달렸다. 9월 22일부터 어제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달리고 있다.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마라닉tv라는 유튜브를 자주 보고 있다. 매일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마라닉tv의 영향이 컸다. 이전에는 자주라고 해봐야 일주일에 한두 번 달리다말다 했었다.
어제는 30일, 100일간의 매일달리기 영상으로 유명해진(현재는 1000일이 넘었다) 마라닉tv에서 그 당시 자신을 따라하다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급하게 찍은 영상을 봤다. 자신은 그 전에도 이미 8년간 달리기를 어느 정도 즐기던 사람이었으며 매일 달리지만 휴식 개념으로 3킬로 이하 정도로 짧게만 달리는 날들을 꼭 섞는다고. 통증이 생긴다면 회복할 시간을 달라는 몸의 신호이니 의지로 이겨내지 말라고. 자신에게 맞는 거리와 속도는 다 다르며 무리가 된다면 걷기부터 시작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모습에 더 믿음이 갔다.
부상 당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행복하게 달린다. 마라닉tv를 보다보면 반복되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을 해피러너 올레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달리기를 하며 얻은 것, 달리기를 하면 좋은 점들에 대한 영상 또한 많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과연 왜 달리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최근 그가 소개한 <철학자와 달리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 매일 달리는 기록을 회사 메신저 슬랙의 운동관련 채널에 공유하면서 동료들에게 코딩은 부업이 아니냐는 농담을 듣고 있는 나로서도 과연 정말로 왜 달리는가는 몹시 궁금하고 흥미로운 주제였다.
달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를테면 많은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달린다고 말한다. 책의 저자 마크 롤랜즈는 자신이 키우는 늑대와 개들의 에너지를 소진시켜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존하기 위해 달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점점 달리기를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행위로 보게 됐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달리기 위해 달린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행위, 이것이 바로 놀이이다. 일과 놀이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거기에서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어떤 보상이나 다른 것을 얻기 위해 하는가, 즉 그 행위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가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심지어 돈을 받고 하는 일도 누군가에겐 놀이가 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어른들에게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하루 중에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이 “다른 무엇을 위한” 것이므로. 그리고 다른 목적이 없는 행동이라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므로. 그 증거가 바로 우리가 늘 듣고 또 말하는 “쓸데도 없는” 일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이다.
중학교때까지는 수학이 재밌었던 것도 좋은 성적이라는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행위가 고등학교때는 가장 힘들고 어렵고 하기싫은 일이 됐다. 놀이에서 일이 된 것이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코딩을 하지만 월급을 받기 위해서만 했다면 진짜 재미없었을 것 같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도 맞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목적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냥 하는 거다. 그러고 있는 시간 자체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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