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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학벌없는사회 - 우리 사회에 교육이란 있는가.

참참. 2013. 5. 10. 09:35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저자
학벌없는사회, 김상봉, 이철호, 하승우, 김재홍 지음
출판사
메이데이 | 2010-07-2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죽어가는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한 안티학벌선언!학벌을 위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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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교육이란 있는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도무지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공부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일상에 의문을 품으며 <88만원세대>, <학벌사회>와 같은 책을 읽었다. 대학생이 되고부터 '학벌없는사회'에 몇 년을 회원으로 있으면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알았다. 알고부터 바로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책이 나온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읽게 됐다. 그것도 잊고 있던 중 우연히 책을 얻게 되어서.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어째 3년 전에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엊그제 쓰인 것이라 해도 믿을 내용뿐이다. 3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그만큼 우리 사회에 교육문제는 나아지긴커녕 점점 나빠지고만 있다. 오히려 이 책이 나올 당시보다 더 학교폭력이 이슈로 대두되고, 각종 충격적인 사건들도 더 자주 보도되는 양상이다.

눈을 뜨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아도 지금 우리 교육이 완전히 정신나간 상태라는 걸 알 터다. 진짜 우리 교육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가를 여기 또 쓰기엔 생각만으로도 지친다. 뻔하지 않은가? 생각도 할 줄 모르고 그저 시험지에서 답 번호만 골라낼 줄 아는 사람들을 어디에 쓸건가, 도대체. 답답하다. 현실이라는 이름을 자꾸 들먹이는데, 현실은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게 현실이고,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게 현실적으로 죽어라 공부해도 대다수는 실패하는 것이 현실이며, 명문대에 들어갔다고 성공했다는 아이들도 원하는 과가 아니거나, 대학에서의 경쟁에서 또 숨막혀 자살하거나,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는 못 되고 다만 학점과 스펙쌓는 기계가 될 뿐인 것이 진짜 현실이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터인 아이들을 다 망가뜨리고 있으니.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볼라치면 쓸데없는 생각 말고 시험공부나 하라고 그런 인재가 못 되도록 각 가정에서 열과 성을 다해 미연에 차단을 해준다. 혹시 이런 부모들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장기적으로 남한의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내려온 고정간첩들인 건 아닐까? 말도 안되는데, 우리 교육현실도 그만큼이나 말이 안되다보니 이런 망상마저 떠오를 때도 있다.

김상봉 선생님은 <학벌사회>에서도 읽었지만, 날카로운 철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 인상적이다. '서로주체성'이라는 용어를 쓰시는데, 이게 처음에는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금방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결국 사람은 너라는 존재를 통해 '나'를 인지할 수밖에 없으며, 누구나 '너'라는 존재들의 무수한 영향을 받으며 '나'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특히 어린 아이일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어떤 '너'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의 성격과 삶이 달라지는 건 필연이다. 그 운명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선생은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교육은 그래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할 것인가? 김상봉 선생님은 인간의 주체성을 키워주는 방향으로의 교육만이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선생님들이 추구해야할 가장 중요한 목표,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주체성이란 이런 것이다. '인간의 주체성은 자기를 반성적으로 의식하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며, 자기가 누구여야 할지를 적극적으로 욕구하고, 이를 현실 삶 속에서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활동 곧 자기의식과 자기형성의 활동에 존립한다. 이렇게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형성할 때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며, 이 주인 됨을 가리켜 우리는 자유라 부른다.'(22쪽)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유일한 교육이거늘, 과연 현실은 어떤가? '넌 내 말대로만 하면 다 잘 될 수 있어.',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 '좋은 대학만 가, 그 다음에 하고싶은 거 해도 되잖아' 우리들이 늘 듣는 말이다. 이 말들의 어디에 내가 나일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이 있는가?

채효정 선생님은 이 책에서 '2010년 6월 10대 청소년들이 사흘 동안 친구를 때리다가 결국 살해하고 한강에 버린 사건'에 대해 이런 글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아이들에게 사흘 동안 맞고 있는 친구의 고통이 공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아니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야만 내가 잘 살 수 있는 사회의 모습이고 실패한 교육의 결과이다. 이 '괴물'들은 그런 사회가 인격화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를 보여주는 것일 따름이다. 이런 괴물들이 '명백한 괴물의 모습'으로 현현한 것은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다. 괴물은 여러 모습으로 인격화한다. 그렇게 인격화한 괴물들이 만약 미래 우리 사회의 정치지도자이고, 법률가이며, 의사이고, 교수이고, 유권자이고, 지극히 정상적인 시민이 되고 멀쩡한 부모라고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107쪽)

진정으로 두려운 물음일 수밖에 없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걸 외면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지도자가 되고 법을 만들고 부모가 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교육은 가능하다.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SKY대학에 가지 않아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안 무너지더라. 눈을 떠라. 뭘하고 있는지 똑똑히 봐라. 남들이 한다고 해서 그 짓이 멍청한 짓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집단 정신병에서 벗어나라. 

책에는 우리나라 교육이 시장화되어 온 역사에 대해 분석한 글도 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글도 있다. 마지막에는 우리나라의 체육 현실에 대한 이병호 선생님의 글이 실려있는데 이 또한 잘 모르던 분야였지만 절절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였다. 마치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은 전혀 다른 독립된 분야인 듯,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형성해온 과정들을 알려준다. 사실은 그것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아주 지당하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와 해외 사례들도 함께 알려준다. 우리들이 어떻게 '보는' 스포츠에만 열광하게 되었고, 학교운동부가 어떻게 엘리트 체육만을 위한 기구(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독특한 학교운동부다.)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학교운동부가 보통 아이들이 학교 속에서 건전한 체육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완전히 운동으로 진로를 정한 아이들만 하는 곳이며 정규수업마저 빼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는지. 그것들이 정말 얼마나 엄청난 폐해들을 일으키고 있는지, 왜 그래선 안되는 것인지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결과적으로 몇몇 아주 성공하게 되는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수는 다른 삶의 길을 찾게 된다. 이건 모든 아이들이 서울대를 향해 도전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실패하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문제는 그 실패한 아이들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모두가 도전하는 똑같은 길뿐만 아니라 폭넓게 다른 공부를 하고 하고싶은 일을 찾았다면 실패자가 아닐 수 있는데, 오직 거기에만 모두 올인을 시키니까 실패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러다가 운동에 정말 재능과 소질이 발견된 뒤에, 그래도 중학교 이상의 정상적인 공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다른 길을 택할 수 있을 정도의 공부는 마친 뒤에 전문적인 선수의 길을 걸어도 충분한데, 한번 운동을 선택하면 무조건 운동'만' 한다. 그러니 대다수의 스타 선수가 되지 못한 보통의 아이들은 운동을 그만두었을 때 완전히 막막한 세계에 직면한다.

또한 현실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아이들은 일상적인 체육활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운동부는 엘리트체육만을 위한 곳이 되고, 학교 체육수업은 당장 입시에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아이들의 균형잡힌 성장이 불가능해진다. 절절히 공감했다.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김상봉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낙오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50쪽) SKY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 대학들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이 한순간에 낙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걸 받아들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51쪽) 물론 치열하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어느 대학에 가느냐보다 비할 수 없을만큼 중요하고 소중하다.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책을 읽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 이 글은 2013년 4월 20일에 쓴 글입니다. 

* 아래는 그동안 써온 관련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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