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사는 이들

강성미,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 잘 먹고 잘 살던 한국생활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가다

참참. 2013. 5. 10. 09:27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저자
강성미 지음
출판사
샨티 | 2013-03-30 출간
카테고리
가정/생활
책소개
아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 발도르프 학교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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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많은 '처음'을 함께한 책.


민망해서일까? 리뷰랄까, 서평이랄까. 안 쓰고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만든 사람 목록'에 이름을 올린 책이다. 두번째는 아직 기약이 없다.

아는 사람들한테 자랑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여전히 조금 민망하다. 사실 독자교정이라고 해서 원고 교정 한번 훑어본 것과 잡일 좀 도운 것 외에는 크게 한 일도 없기에.


이 책에는 무려 박원순 시장님, 조한혜정 선생님, 김선우 작가님에 학교의눈물 한재신 피디님까지 추천문을 써주셨다. 꼭 화려한 추천문 때문이 아니라, 이 책에 참여한 건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참 행복하다. 처음 아직 교정도 거의 보지 않은 원고 상태로 만났을 때부터 마음이 갔다. 한번 읽어보라며 이메일로 보내주신 원고를 집에서 세 시간도 되지 않아 주욱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그저 뛰어놀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하던 나. 과학고등학교 다니며 그 답답하게 짜여진 학습노동의 일상 속에서 고민하고 아파했던 나. 대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동아리하고 술 먹으러 다니고 게임하느라 바빴던 나. 교육이란 대체 무엇일까 고민하고,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공부하고, 대학평준화라는 방안에 심취하고, 이 교육에 대해 길고 긴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리던 나. 그 '나'들이 웃어주었다. 따뜻했다. 더러 부럽기도 했지만 그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경험들이었기에 괜찮다. 그것들 모두 나에게는 의미있고 고마운 과거다.

이 책은 그렇게 원고로 처음 만나고, 교정을 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틀린 글자나 어색한 문장을 찾으며 보았다. 좋은 부분은 메모를 하기도 했고,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하며 또 들춰보았다. 여러 제목 후보들을 만들어보았고, 다른 사람들의 제목 후보들도 보았다. 디자이너 근호 선배가 만든 열 개도 넘는 표지 디자인들을 보았고 또 의견을 냈다. 마지막까지 경합하였던 두 표지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표지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지금 올라간 보도자료와는 전혀 다르지만 보도자료 초안도 써보았고, 관련 사이트에 책을 소개할 글도 써보았다. 인터넷으로 많은 대안학교와 발도르프 학교, 어린이집, 관련 단체들을 찾아보았다. 인쇄를 위해 필요한 필름이라는 걸 처음 보았고, 그 필름 상태로 또 틀린 곳이 없나 찾아보는 필름 검판을 보았다. 블로그에 '첫 인쇄소 여행기'라고 글도 썼지만, 처음으로 책이 인쇄되는 인쇄소에 가서 인쇄감리라는 걸 보고, 커다란 종이에 이 책의 각 면들이 인쇄되는 것도 지켜보았다. 

그런 책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잔잔한 감동과 미소로 다가왔고 내 수많은 '처음'들을 함께한 책. 곧 책을 쓰신 강성미 선생님께서 한국에 들어오신다. 많은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고, 분명 여러 자리에 함께할 것이다. 설렌다. 재미있게 읽은 책을 쓰신 분을 만나는 건 늘 설레고 감동적인 일이다. 하물며 이 책을 쓰신 분인데 더 말해 무엇하랴.

강성미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더 설레는 이유는 책에서 느껴지는 그 삶의 향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책의 글쓴이들은 어떤 의미로든 이미 멋진 분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멋지다고 느끼는 글쓴이는 그 글 속에 담긴 어떤 진리와 어떤 태도를 삶 속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다. 가끔 보면 자기가 말하는 가치와 자기 삶, 행동들이 별로 어우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나 역시 이렇게 글을 써대며 비판도 많이 하고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그것들을 정말 삶 속에 오롯이 실천하고 있진 못하다. 아쉬운 일이다. 책이라는 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진정으로 가장 많은 이야기, 가장 진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역시 그 사람의 삶이다. 삶이 뒤를 받쳐주지 않는 말은 공허하다. 매일 일회용품을 쓰고 물을 계속 틀어놓은 채로 몸에 비누칠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지구가 아파한다며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웃기지 않겠는가?

나도 아직 선생님을 만나뵌 적이 없고, 잘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원고를 보고 블로그를 보고, 원고가 출판사와 선생님 사이에서 오가며, 또 한국에 오셨을 때의 일정에 대해 논의하며 조금씩 엿본 모습들은 참 한결같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미국으로 건너가실 때의 이야기가 난 많이 기억에 남는다. '나'의 삶을 찾아서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전에는 내겐 왜 그런 용기가 없을까 생각도 했다. 요즘은 그 일에 대해 '용기'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맞는 표현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많은 우리들은 자신만의 삶을 찾으려는 진정한 자기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거기에 저항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오랜 시간도 아니지만 샨티에 놀러다니면서 만나뵌 분들은 오직 자신의 삶을 사시는 분들이 많았다. 샨티에서만도 몇 권의 책을 쓰고 옮기신 이현주 목사님, <순진한 걸음>을 쓰신 순진님, <삶의 마지막 축제>를 쓰신 용서해 선생님,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등을 번역하신 황근하 선생님… 이런 분들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고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그러고보니 요즈음의 삶은 정말 축복이다. 돈은 별로 없지만 적당히 부모님께 받아서 적게 쓰고, 많은 술과 밥을 다 얻어먹으며 하고싶은 일을 하고, 관심가는 곳에 가서 참여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언제 다시 이렇게 살아볼까? 늘 이렇게만 살고 싶다. 물론 먹고 살 일은 어떻게든 해야겠지만.

읽고 계시다면 느꼈겠지만 이건 이미 한 권의 책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지난 두 달동안의 내 삶에 대한 리뷰가 되었다. 그 삶의 중심에 이 책이 있고, 정말 재미있으며 의미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읽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곰곰 생각해서 아이 교육에, 그리고 자기 삶에서 돌이켜보면 좋겠다. 책 속에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은 단순히 민주를 키운 이야기가 아니라, 강성미 선생님께서 민주와 함께 커간 이야기다. 꼭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니라도, 꼭 발도르프 교육을 시키고 있거나 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의미있는, 그런 책이다. 그것만은 말해두고 내 최근 두 달 여의 삶에 대한 리뷰를 맺는다.


* 이 글은 2013년 4월 11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