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사는 이들

김현철, <마음 그것 하나만 봐라> / 지극히 평범하던 남자가 깨달음으로 향해 간 이야기

참참. 2013. 5. 10. 09:10



마음 그것 하나만 봐라

저자
김현철 지음
출판사
시단 | 2013-02-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마음 그것 하나만 봐라』는 깨달음으로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격비교


유쾌한 명상 이야기


아마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즐겁고 자신만만하다가도 금방 의기소침하고 외롭고 우울해지기도 하곤 한다. 겉으로만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좀 그런 편이다. 요즘 그런 시기가 좀 찾아왔다. 다시 봐도 정말 좋은 <사랑을 잊은 그대에게>,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 등을 읽어도 막상 내 일상 속에서는 어찌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 덕에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이렇게 유쾌한 명상 이야기는 또 처음이다.

책 시작하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내가 살면서 해본 것들 중에는 단란주점에서 계집애들 허벅지 만지면서 술 마시는 게 제일 좋았다. 삶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감각은 명확했다. 내가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나는 명상 따위는 쳐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좋은 게 있는데 멀리 볼 것 뭐 있나? 일단 즐기고 보는 거지.'(11쪽) 이거, 너무 솔직하신 거 아니에요?

 

시작부터 강하게 치고 들어온 탓일까? 이후의 말들도 진심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 장 넘겨보니 글쓴이 역시 처음에는 라즈니쉬의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라즈니쉬가 명상을 위해 담배를 끊고 싶다는 수행자에게 별로 그럴 필요 없다고 그런 건 별로 상관없다고 하는 이야기란다.

 

글쓴이가 개인적,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 명상을 하게 된 이야기,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깨달은 줄 알았던 그 지점에서 또 몇 단계를 더 거쳐 지금 상태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한다. 최대한 쉬운 낱말로 가장 쉬운 비유를 들어가며, 직접 겪은 경험들을 낱낱이 밝힌다. 솔직히 깨달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나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아무리 해도 그 문장들의 실제 의미는 알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에게 붉은 색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완전한 장님이 아니라 다만 의식이 눈을 감고 잠이 들어있는 정도라서 분명 깰 수는 있다고 한다. 그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어렴풋하게나마 뭔가 알 거 같고 어떤 느낌인지 약간은 느껴질 듯도 하고 그렇다.

 

실은, 이 책을 이렇게 끝까지 주욱 읽어버리는 것이 많이 망설여졌다. 진심으로 수행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글쓴이가 소개하고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직접 해보며 읽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절대 며칠 사이에 읽어내릴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읽었다 하더라도 다시 읽고 또 필요한 부분은 계속 찾아보아야 할 그런 책이다. 어쩌면 글쓴이의 말대로 나는 아직 에고를 완전히 내려놓을 준비도 되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나보다. 그렇지만 몇몇 방법은 진심으로 해보고 싶다. 지금도 이 글을 다 쓰자마자 방의 모든 불을 끄고 완전한 어둠 속에 눈을 감고 앉아있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수행을 해서 깨달음이란 걸 얻어보겠다, 지금 이 현실이 도저히 견딜 수 없고 내 마음이 마구 흔들리는 걸 도저히 어찌 해볼 수가 없다, 너무 힘들다, 이대로는 죽고 말겠다, 죽느니 뭐라도 해보아야겠다. 이 정도의 절박함이 있는 분에게라면 이 책은 더 분명하고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가 직접 깨달음에 다다른 경로 뿐 아니라 그동안 공부하고 직접 실험해보고 가르쳐보기까지 한 수많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길은 하나가 아니며 어떤 방법으로든 같은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동안 연구하고 가르쳐 온 방법들, 정말 일상과 가까운 방법부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본격 수행의 방법까지 다양하게 소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으로 다가가야할지 말하고 있다.

 

절박하게 당장 수행으로 들어서려고 하는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많은 것을 준다. 깨달은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내 마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에고라는 것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충격적인 의심을 선사해준다. 우리가 '나'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것이 과연 정말 '나'일까, 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굳건한 믿음, 우리가 매번 끌려다니는 우리의 마음들. 그것들이 우리가 안다고 생각해왔던 것과 완벽하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진실을 구체적이고 유쾌한 비유를 들어 설명해준다.

 

자신이 감탄했던 책들에서 구절들을 소개하고 해설을 해주고, 수행자들이 한 질문에 대해 답한 것도 있고, 글쓴이 자신의 명상록도 있다. 개인적으로 글쓴이의 명상록이 참 재미있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인상 깊었던 글쓴이의 명상록 몇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참, 그 전에 단순히 이 책을 읽기만 해도 당장 뭔가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글쓴이도 여러 비유를 들어가며 끊임없이 이야기하듯, 운동도 꾸준히 해야 몸에 변화가 생기듯 마음도 같다. 그동안 좋은 책들 읽으며 답답하던 나도 그 말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올가미를 잡아당기지 않고 가만히 풀어주면, 그냥 줄일 뿐이듯이 마음도 잡아당기지 않고 가만히 놓아주면, 그냥 잠시 일어났다 사라지는 기분일 뿐이다. 어리석은 짐승처럼 잡아당기지 마라.'(241쪽)

'숟가락을 씻지 않고 평생을 쓴다면 어찌 병이 나지 않겠는가? 마음은 그대가 세상을 떠먹는 숟가락이다. 숟가락을 씻을 때 마음도 씻어라.'(246쪽)

'재벌의 아들이 하루 동안 구걸체험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끼니 걱정을 하게 될까? 그대의 실체가 명확하면 그대의 체험은 흥미 거리가 된다. 하지만 실체가 명확하지 못하면 그대의 체험이 그대의 실체가 되고 그때부터 그대의 걱정과 번민이 시작된다. 그대는 지금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261쪽)

 

이 책을 읽으면서 짧은 시간이 날 때 들춰본 책이 <사랑 아닌 것이 없다>라는 책이다. 이현주 목사님께서 쓰신 책으로 사물과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사물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주로 이현주 목사님이 사물들에게 '당하시는' 이야기라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그 대화 한 마디 한 마디가 울림이 있다. 이 책과 함께든 따로든 읽어보면 참 좋을 책.


* 이 글은 2013년 3월 31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