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사는 이들

김예슬, <김예슬 선언 -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참참. 2013. 5. 9. 19:21


* 이 글은 2010년에 쓴 것입니다. 


김예슬 선언

저자
김예슬 지음
출판사
느린걸음 | 2010-04-1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나는 大學 없는 대학을 거부한다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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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휘몰아치는 혈액의 흐름을 느끼면서,
책의 끝에서 본 그의 메일주소에
당장 나를 썼다.
김예슬을 읽고, 나를 썼다. 그 글로 리뷰를 대신하겠다.


안녕하세요? 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억울한 스물한살 대학생입니다.

 김예슬씨, 안녕하세요?
 저는 김진회라고 합니다.
 다니는 대학을 말하지 않고 저를 소개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것인가에 대해서
 이 메일의 제목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너무 편리한 소개멘트라서, 당신께 드리는 글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을 거부한 당신의 책을 학교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대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그 책을 빌려서 나오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대자보가 학생회관 옆에서 붙어있는 것을 보았어요.
 나는 당신을 지지한다 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대자보였지요.
 손글씨는 아니고 인쇄한 것이었지만 예슬씨가 썼던 것처럼 세장짜리 대자보였어요.
 물리학과 99학번 선배가 쓰신 것이더군요. 혹시 그 대자보의 내용을 인터넷이나 어디에서나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저의 10년 과선배가 쓴 지금은 졸업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다가 바르셀로나까지 가서 마약과 싸우고 있다는 그 선배의 이야기를,
 김예슬 선언을 옆구리에 끼고 읽었습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이 끄떡없는, 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도 않을 것 같은 벽과 싸우고 있는, 그 탑에서 굴러빠져나온 돌멩이들이
 꽤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여럿조차도 아직 그 견고한 탑이 무너지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양의 모래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돌멩이들은 스스로의 몸을 던져 계속 하나씩 하나씩
 더 다른 돌멩이들을 탑에서 빼내려한다는 것,
 그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당신을 읽으면서요.
 
 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는
 말을 잘하는 사람의 화려한 말이라기보다는
 끝없이 파고들어가는 고뇌로부터, 심장 속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진심의 언어이기에 저의 심장에 꽂힙니다.

 우석훈 씨의 88만원 세대와, 김상봉 씨의 학벌사회를 읽으며 시작되었던 저의 고민이
 예슬 씨에게서부터 저의 균열이 됩니다.

 이 균열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대학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지
 아니면 낡은 건물의 조그마한 균열처럼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지나쳐버리게 될지.
 
 하지만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가장 순수한 눈으로 균열을 지켜보려 합니다.

 같은 학교를 다닌 적은 없지만
 한 번도 마주친 적조차 없지만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선배님. 

 눈물로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