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문득, "잘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주에 상담 선생님을 만나면 무슨 얘길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선생님, 저 진짜 잘 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잘 산다는 게 뭘까,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 모호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섹스나 정신없이 분주한 일상이나 웃고 떠드는 시간을
아마 계속 사랑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들도 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들을 찾아헤매는 데 이제 그리 많지도 않은 소중한 에너지를 그만 쏟아부어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말 좋은 사람과 정말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다.
쉽게 끝나지 않는, 언제까지라도 서로에게 귀 기울일 것이라는 믿음이 단단한 바닥처럼 깔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그런 상태에 있지 않으니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겠다.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 그럴 수 있는 건강함을 갖고 싶다.
그렇게 쓰고 보니 나는 잘 산다는 게 뭔지 알고 있구나.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있었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었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외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보긴 처음이다.
상담 신청을 위한 짧은 통화에서, 선생님이 미루고 미뤄왔던 것들과 '직면'할 때라고 말씀했을 때,
내 안의 작은 아이 같은 개념이 이제는 너무 흔하고 많은 책에서 언급되어서 진부하게까지 느꼈던 내가 어이없었다.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걸, 그 말을 듣고나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직면하고 싶고 직면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