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안녕, 부디

참참. 2021. 8. 8. 08:58

세탁기 대모험으로 너덜너덜해진 나를 하메 M이 밖으로 불러냈다. 애썼다며,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신나게 집을 나섰는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앞에 죽어 누워있었다. 어쩐지 최근 3일 사이에 현관문 앞에서 알짱거리다 내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 담으로 뛰어오르던 귀여운 녀석 같아서 더 마음이 아팠다. 여긴 골목 안쪽이라 차도 거의 안 다니는 곳인데 어쩌다 그랬을까. 

언젠가 홍천에서 핸드폰은 핸드폰대로 박살 나고, 보려던 영화도 못 보고 운수가 없다며 짜증이 잔뜩 난 상태에서도 길 옆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마주하고선 그 마음이 부끄러워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사실 세탁기 고장으로 빨래한 것 정도는 좀 고생이긴 해도, 어찌 보면 별일 아니다. 너도 그곳에선 부디 괜찮기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