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 메리 올리버
해마다 우리는 목격하지
세상이
다시 시작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풍요로운 곤죽이 되어가는지.
그러니 그 누가
땅에 떨어진 꽃잎들에게
그대로 있으라
외치겠는가,
존재했던 것의 원기가
존재할 것의 생명력과 결합된다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을 알면서.
그게 쉬운 일이라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달리 무얼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So let us go on, cheerfully enough,
this and every crisping day,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though the sun be swinging east,
and the ponds be cold and black,
and the sweets of the year be doomed.
비록 해가 동쪽으로 돌고,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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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밤에 그의 시 몇 편을 읽었다.
어제, 여전히 좀 오락가락은 하지만, 그래도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오늘은 눈을 떴는데, 꽤 좋다. 매일의 기분과 나름대로의 그 원인을 기록해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수도 매겨보고.
찾아보니 '감정일기'라는 어플도 있다. 그걸 찾다보니 옆에 '북적북적'이라는 독서기록앱도 보이고, '그로우'라는 요즘 엄청 광고하는 앱도 보인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추천 알고리즘의 흐름..
오늘은 얀센백신 접종하기로 한 날이다. 민방위 특권. 잔여백신을 맞기 위한 어마무시한 클릭전쟁을 보다보니 이것도 참 특권이다.
우리 회사는 백신 맞는다고 휴가따윈 주지 않지만, 부장님이 "뭐? 경영지원실에서 백신 맞는데 반차를 쓰라고 했다고? 어휴.. 그냥 오후 3시쯤으로 예약하고 융통성있게 슬쩍 가버려!"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오후 4시로 예약을 했다.(더 늦은 시간대들은 이미 예약불가였다.)
백신을 맞고 집에 오면 (컨디션을 봐야겠지만) 영화 '셸 위 댄스'를 볼 예정이다. 보지 않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는 게 예전에는 뭔가 갚지 못한 빚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아직 볼 게 많다는 게 기쁘다.
(근데 사실 난 기억력이 별로여서 봤던 것도 또 처음처럼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