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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참참. 2013. 5. 9. 19:18


* 이 글은 2011년 4월 1일에 쓴 글입니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저자
최진영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0-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름조차 행방불명된 그 소녀의 지독한 성장기!제15회 한겨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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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추천을 받았고, 몇몇 절절하고 슬프게 아름다운 서평들을 읽었다.
그리고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제목부터 너무 의미심장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이라는 이 소설을.


 소녀는 보통 기준으로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술에 취한 상태로 엄마와 아이를 때리는 아빠를 두었던 아이다.
 엄마는 그렇게 맞으면서도 그냥 맞기만 했다. 소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엄마마저도 집을 나가고, 아이도 집을 나온다.
 엄마와 아빠를 가짜로 판단하고 마음 속에서 불태워버린 뒤, 진짜 엄마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또래 하나를 잘 꼬드겨 그 아이의 집인 다방에서 생활한다. 욕하는 사람들, 보듬어주는 사람, 동정하는 사람, 또 욕하는 사람.. 
 다시 길거리, 다시 그를 보살펴주는 국숫집 할머니. 그러나, 사업에 실패한 할머니의 아들 가족이 들이닥쳐 다시 깨진, 어쩌면 평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조용한 시간.
 다시 길거리, 그를 보살펴주는 지나치게 참으며 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공짜로 점심을 주는 교회.
 그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 폐가에 사는 남자.
 다시 길거리, 각설이패를 하여 먹고 사는 대장과 삼촌들, 이모. 그 안에서 또 함께 번 돈을 훔쳐 달아나는 삼촌과 이모 한 쌍. 남은 이들, 그리고 싸움과 경찰.
 다시 길거리, 가출해서 담배 피우고 몸을 파는 또래 아이들, 오토바이 폭주족 남자 아이, 죽음, 피시방 알바, 섹스, 철거, 쉼터.. 으리으리한 아파트에서 아빠에게 수없이 강간당하다 아파트 밖으로 던져져 죽는 아이..


 소녀는 가는 곳마다 그를 발견하고 손 내밀어 얼마 안되는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이들이 있다.
 웃기게도, 먹고살기에 넉넉해 소녀 하나 들어와도 재우고 먹이고 입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는 그 중 하나도 없다. 자신 하나 먹고살기도 어려운 사람들만이 소녀를 보고 소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게 소녀와 함께 낮은 곳에서 사는 이들을 만나며,
 함께 배고프고, 아프고, 슬프고. 어두운 세상을 만난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소설 속의 현실보다 더 끔찍할 내 옆의 현실에 대해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라도 소녀에게 손 내밀어주는 많은 사람이 그 속엔 있지만, 여기엔 얼마나 있을지.
 소설에 나온 것보다도 더 돈에 눈이 멀었고, 더 잔인하고, 더 각박하고, 더 숨쉴 틈이 없는 것이
 현실은 아닌지. 
 나 역시, 그 소녀를 스쳐가며, 눈쌀을 한번 찌푸리며 욕지거리나 지껄일 그런 인간인 건 아닌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단 아프게 읽어볼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장을 파고드는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들을 무시하거나 지나치지 말고 함께 가슴 아파하며
 그러나 물러나지 않고 결국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소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