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는데, 도저히 몸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두 시간을 그렇게 누워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건 8시, 거의 지각할 뻔 했다. 그 와중에도 15분요가는 했다. 푸시업은 못해서 집에 돌아와서, 방금, 했다.
그렇게 누워서, 오늘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내내 했는데, 다행히 오늘을 잘 살아냈다. 오늘을 잘 살아내면서, 기분도 훨씬 좋아졌다.
아무에게도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 주말 이틀이었지만, 오늘은 어쨌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그렇게 나눈 별것 아닌 이야기들, 혹은 별것인 이야기들이 좋았다.
아니타 무르자니의 <나로 살아가는 기쁨>이라는 책도 잠깐 들여다봤다. 출근길에, 그리고 점심시간에 밥 먹고 나서 남은 시간동안. 이 책을 빌려줘서, 같은 저자의 첫 책인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Dying to be me)>만 읽고 있었는데,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그냥 한 권 더 사기로 했다. 새 책을 선물로 주고 빌려줬던 헌 책을 돌려받을까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그냥 새 책을 다시 펼쳐서 읽기로 했다.
35쪽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무리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우리는 누구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사랑은 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은 우리가 타고난 권한이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하든(그리고 이 세상에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도) 우주는 우리 모두를 깊이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우리는 어쨌든 모두 연결되어 있고 전체의 일부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도, 라는 말이 어쩐지 위안이 된다.
아마 나는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삶은 견디기 어려운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현실은 나를 그렇게까지 사랑해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니까. 이 세상에 날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대개 정말로 그렇게까지 없진 않기에 부정적인 착각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부터 한번쯤 재미로 보고싶었는데 보지 않고 있던 사주 또는 신점 중 하나를 보러가볼까하고,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사주 한 곳, 신점 한 곳의 위치/연락처를 추천받았다. 과학을 배웠고 그러한 것들이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로 분석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것이란 건 알지만, 인간의 능력으로는 다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세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일부는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연구의 대상이 되어 밝혀지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일부는 계속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물론 사주나 신점 등을 아주 많이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매년마다 보러다녔겠지. 아마 그건 심리상담이 전문적으로 발전하기 이전엔 상담의 역할이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이러한 것만 조심하면 너의 앞날은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일상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때로는 온갖 위험으로 가득차있는 것만 같은 세상 속에서. 어차피 미래는 알 수 없다. 지금 느끼는 불안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직장에서는 도저히 어디서부터 물어봐야할지조차 모르겠어서 못 물어보고 있었던 것을 어떻게든 말을 꺼내 물어봤다. 다행하게도, 차근차근 질문을 던지면서 어디서부터 모르는지, 어떻게 해나가면 될지 얘기해주셨다. 물론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모르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지만, 적어도 이번 과제는 어떻게든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API가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라는 걸 알아도 여전히 그게 어떤 식으로 완성되어야하는 건지, 정확히 무슨 역할을 하는건지(내가 지금 만들고자 하는 것이)를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개발을 해야하는 건지를 감을 못 잡았다. 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오늘은 조금이나마 나아갔다는 것이, 그리고 이런저런 연락과 이야기를 이런저런 사람들과 주고받은 것들이, 다시 삶을 아주 살만한 것으로 만들었다. 아침과 저녁의 기분이 이렇게 다르다. 하긴 기분이야 매 순간마다 미친듯이 달라진다. 그런 감정변화마저도 즐기자고 다짐했었는데. 그게 늘 말처럼 쉽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