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몰랐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지. 이미 볼일도 없어진지 오래인 타인을 용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나를 용서하는 건 그보다 더 어렵네.
내가 저질러온 온갖 잘못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 정말 그게 최선이었니, 정말 어쩔 수 없었니라고 끝도없이 돌이켜 의심하고 또 비난하는 나 자신의 목소리로부터.. 도망쳐왔다.
그리고 도망쳤다는 이유로 또 나 자신을 비난했다.
그러나 당장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는 건 당연한 일. 맹수를 마주치고 살기 위해 도망치는 초식동물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나를 용서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가장 악독한 적이 되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데리고 살아야하는 나 자신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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