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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제임스 러브록

참참. 2013. 5. 9. 18:58


* 이 글은 아마도, 2006년에 쓴 글입니다.



가이아: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저자
제임스 러브록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04-03-2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가이아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을 일컫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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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구에 매혹당하다.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학교 도서실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던 중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내용의 책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고, 대출을 하여 읽게 된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즐거움과 새로운 생각들을 경험하게 되어서 지금도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를 논한 가이아 이론을 소개한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란 지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초생명체와 같은 역할을 하여 지구의 환경이 어느 정도의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생각하고 이 초생명체를 가이아라고 부르는 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지구가 생명체 출현 이후 약 35억 년 이상의 긴 세월동안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온도와 화학평형의 법칙에 위배되는 대기 조성을 형성하고 유지해올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생물들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는데, 가이아 이론의 핵심이 바로 생물들이 무생물적인 커다란 환경변화(운석충돌, 화산폭발, 빙하기의 도래 등)에 적응하며 겨우 생을 유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주위의 환경을 변화시키며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지구 환경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자기 주위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런 수많은 생물들의 작용이 얽혀 결국은 지구의 환경을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유지시키는데, 무생물적인 작용과도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계속 환경을 이런 상태로 유지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그 것도 그 많은 생물들이 어떤 협의나 약속도 없이 그저 스스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지구 전체의 환경 유지에 기여하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정교한 시스템이 바로 가이아다. 
생물들이 가이아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규조류와 원석조류라는 생물들은 강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규산염과 탄산칼슘 성분으로 자신의 골격을 만드는데, 나중에 이들이 죽어 시체가 가라앉아 퇴적암으로 변함으로써 바다로 들어오는 규산염과 탄산칼슘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규조류의 역할로 없어지는 규산염이 연간 3억 톤이라고 하니 이들의 역할을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이런 조절구조가 효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유입되는 규산염의 양이 많아지면 규조류가 번성하고 적어지면 규조류의 수도 주는 방식으로 쉽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현재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암모니아의 대부분을 생물들이 만드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암모니아들이 질소 화합물과 황 화합물들의 산화로 만들어지는 산성 물질을 중화시켜 빗물의 pH를 8 정도로 유지한다고 한다. 또한 대기에 가장 많은 기체인 질소는 해양생물들이 계속 첨가시키는 것인데, 질소의 가장 안정한 상태는 사실 바다에 녹아있는 질산염 ()형태이나 질소 기체의 형태로 대기 중에 많은 양이 존재하도록 만들어서 질소 자체의 독성과 바닷물의 염분 농도를 너무 많이 증가시키고 대기 중 산소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식물의 광합성과 생물들의 호흡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기 중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일정한 수준으로 조절되고 있는 것도 놀랍기 그지없다. 산소의 경우 현재 21%의 농도에서 25%까지만 그 농도가 증가하여도 물기를 머금은 숲조차 자연발화로 인한 산불로 모두 파괴돼버릴 수 있고 한 번 생긴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이산화탄소는 현재 0.03%이나 1%를 넘을 때부터 그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종국에는 지구의 기온을 높이며 엄청난 속도로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데, 이는 현재 생물이 살고 있지 않은 금성이나 화성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95%이상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인류의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조금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길고 긴 세월동안 이 화학평형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대기 조성비가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왔다는 것이야말로 가이아의 엄청난 자가조절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저자이자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이런 실제적인 증거들 외에도 데이지 세계 모델이라는 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단순화된 행성에서 데이지만으로 온도의 자가조절이 가능한지를 알아보았다. 이 실험에서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이 있고 이 행성은 짙은 색과 옅은 색의 두 가지 데이지만 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실제 지구가 오랜 세월동안 겪었던 변화를 그대로 적용하여 태양에너지의 세기를 30%까지 증가시키며 이 행성의 온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색이 짙어 열을 더 잘 흡수하는 짙은 색 데이지가 번성하여 행성의 온도를 증가시키다 온도가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온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옅은 색 데이지가 번성하여 행성의 온도를 낮추는 식으로 태양에너지가 처음의 30%까지 증가했을 때도 이 행성의 온도는 20도에서 30도로 유지되었다고 한다. 반면 똑같은 조건에 생물이 없는 행성을 적용시켰을 때 이 행성은 온도가 50도를 넘어버릴 걸로 추정되었단다. 
앞에서 말한 일련의 증거들과 간접적이나마 실험까지 보여주니 가이아 이론을 확실히 믿을 수 있었다. 전지구적인 규모로 생물들이 연합하여 이루어내는 환경의 조절은 신비 그 자체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 인류도 가이아의 구성원으로서 지구 환경의 자가조절에 관여하고 있는 것일까? 제발 인류가 가이아의 이런 자가 조절 능력을 상실시킬 정도로 커다란 피해만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는 가이아 이론 덕분에 지구의 자가 조절 방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그 것을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류의 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이아의 자가 조절 구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엄청나게 정교한 시스템이 곳곳에서 모든 환경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을 것으로 저자는 생각하고 있다. 나도 미래의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앞으로 이런 분야의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인간뿐만이 아닌 전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고 또한 과학자들이 과학자가 된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인 자연의 진리를 탐구함으로써 얻는 지적 만족의 측면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까지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꼈던 적은 많지만 지구의 환경이 이렇게 정교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것에서 느낀 경이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다면 아마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가이아 이론은 전지구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측면에서 정말 대단한 이론인 것 같다. 요즈음 과학을 보면 세분화를 거듭하여 수많은 분과들이 생기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자기 분야의 좁은 영역만 깊게 들어가는 대신 다른 분야는 거의 모르는 경우조차도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이런 방법이 매우 탁월하고, 과학이 상당히 발전한 현대에 과학의 전부를 알고 이것저것 연구하는 식으로는 효과적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큰 시각으로 전체를 보고 묶어서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이런 이론도 있는 법이라 조금 아쉽다. 그런 점에서 제임스 러브록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전혀 모르고 있었던 지구의 자가조절기능을 알게 되는 것이 무척 재미있고 유익했다.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이런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둘째로는 앞으로 내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과학의 어느 분야를 정말 공부해보고 싶은지 또 어떤 과학자가 되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런 쪽의 길도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이 책을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커서 정말로 가이아 이론을 연구하게 되어 그 말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제임스 러브록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게 될 것 같고, 이처럼 신선한 다른 책들도 많이 접해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과학적인 면에서 파고든다면 꽤 어려울 이 이론을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책으로 써 준 저자 제임스 러브록에게 감사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꼭 한 번 그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