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동안 일드 <중쇄를 찍자>를 다 봤다.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잠시지만 출판편집자를 꿈꿔봤던 사람이다보니 더더욱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였다.
예전에 한국 장르문학 잡지 "판타스틱"을 구독했었는데 몇년 지나지 않아 월간에서 계간으로 바뀌더니 결국 폐간됐었다. 열심히 읽었냐면 사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잡지는 본가로 받던 고등학생시절이라 못 읽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몰아서 읽어야지하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창간호부터 전부 모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근데 어느날 집에 갔다가 어머니께서 정리하시다가 날짜가 지난 잡지라고 그걸 다 버리셨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나는 집에 한달에 한번밖에 갈 수 없었으므로 이미 시간이 지나 찾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심했다싶지만 당시엔 창간호부터 폐간호까지 다 모아둔 잡지에 대한 애착이 커서 어머니께 어지간히도 화를 냈었다.
새삼, 그 잡지를 만들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하고 생각해보게 됐다.
주인공은 평생 유도만 하다 갑자기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에 성공하는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류의 사람이랄까, 넘치는 에너지로 주변에도 몹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나름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워낙 구김살이 없어서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캐릭터다. 특히 그 관계 속에서 영업사원 코이즈미가 성장하고 자기 일의 의미를 찾아가는 장면들은 보는 사람까지 따뜻한 미소가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데가 있다.
다시 생각해봐도 캐릭터 하나하나가 참 개성있고 매력적이다. 이직의 시점에서 일 자체나 일과 관련하여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의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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