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2008

<얼음나무 숲>, 하지은

참참. 2013. 5. 9. 18:51


* 이 글은 2008년 7월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087293490



얼음나무 숲(노블레스 클럽 001)

저자
하지은 지음
출판사
로크미디어 | 2008-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련한 선율이 들려오면 저주가 그 눈을 뜬다. 달콤한 음악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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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소설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는, 얼음나무 숲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다 읽자마자 다시 한 번 읽었다. 드문 일이었다. 전율까지는 아니더라도 온 몸에 퍼져오는 듯한 감동, 흔히 감동의 물결이라고들 하던가.

이 소설, 내용상으로는 완벽한 음악소설이며 신동과 천재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고 얼음나무숲이라는 환상적이거나 혹은 황당한 공간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선 천재의 방황과 추종, 순수함과 더러움, 그리고 이해와 감동에 관한 작가의 조용한 음악이 들려온다.

필사적으로 그와 그의 음악을 자신과 똑같이 받아들이고 온전히 이해해 줄 단 하나뿐인 청중을 찾아 헤매는 천재, 아나토제 바옐. 그 자신도 상당한 재능이 있지만 바옐을 추종하고 그의 단 하나뿐인 청중이 되기를 갈망하는 순수한 음악가, 고요 드 모르페. 음악의 도시 에단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애매하고 위험하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관계는 열대야의 불쾌함으로부터 나를 구원하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뒷이야기처럼 나옴에도 불구하고 전체 소설 중 가장 나의 장기기억세포를 자극한 구절은, 소설이 끝나갈 즈음 시골에 틀어박힌 바옐이 천재적 재능이 엿보이는 당돌한 소녀 제자에게 듣게 되는 몇마디 '내 모든 것을 나와 똑같이 이해하고 들어주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하면 왜 안되지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만 연주할 거라면, 나는 두 손만 가지면 되잖아요. 하지만 귀가 있다는 것은 나 또한 내 연주를 듣기 위해서예요.'였다. 지금까지 나 자신을 잊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가슴을 찔러서…

소설을 잡아본지 오래 되었거나 열대야를 잊을 만큼 몰두할 뭔가가 필요한 때, 이 환상소설의 선율을 펼쳐보시기를.

 

ps.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 클럽. 야심차게 시작한 기획인 듯하고, 물론 더 발전해야겠지만, 이러한 작품들만 나와준다고 해도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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