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2008

<적색의 수수께끼>

참참. 2013. 5. 9. 18:50

* 이 글은 2008년 6월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087293487




적색의 수수께끼

저자
나가사카 슈케이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8-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들의 특별 추리 단편선! 에도가와 란...
가격비교


그 슬픈 수수께끼의 끝

 

첫 작품 ''밀실'을 만들어 드립니다'

 

'자살'이라는 단어의 울림은 정말 오묘하다. 스스로 자신을 죽인다는 것, 이유가 무엇이건, 그 행위 자체가 이미 굉장히 특별한, 혹은 특이한, 사건으로 인식되기가 쉽다. 세상을 버리기까지 그들이 했을 숱한 고민, 번뇌. 그 무게감과 체온이 모두 흩어진 그들의 육신에 남아있는 그 차가움이 전혀 관계없는 사람까지도 '움찔'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일 뿐인데도 그랬다. 주인공이자 살인사건의 범인이며, 서술자와 아주 가까운, 열아홉 살 소녀인 피노코는 결국 '저녁노을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어째서일까-, 결국 그녀가 죽을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해버리고 만 것은. 고아원에서 줄곧 자랐고, 결국 그 곳에서 도망쳐 초면인 어느 추리소설가의 집에 막무가내로 눌러앉아 살면서도 쾌활함을 지니고 있던 그녀가 말이다.

그 어린 마음을 줄곧 지탱하고 있던 것. 인생의 최종 목표이자 마지막 희망, 아빠. 매년 고아원으로 날아오는 생일선물을 추적해가면서, 아빠는 아직 날 잊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던 그 굳고 굳은 믿음이 깨져버린 충격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컸던 것일까.. 진짜 아빠는 살인범이고 아빠 대신 선물을 보내온 것이 그의 두목이었던 남자라고 해도 그 남자를 죽이고 자신까지 자살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그 남자가 무관심했다면 어떻게든 19살에 죽는 것보단 나은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어쨌거나 작가의 결말은 이렇고, 모두 '의식의 밀실' 속을 헤매는 동안 피노코는 떠났다. 작품 전반에 끊임없이 '연습게임'으로 의식의 밀실을 주의하라고 하면서 열아홉살 소녀가 살인을 했다는 최후의 '의식의 밀실'로 독자를 밀어넣은 것은 마치 추리소설가로서의 작가 능력을 과시하는 듯하다.

추리소설적 기법에서도, 소녀의 심리묘사에서도 감탄해도 될 만큼 인상깊은 한편이었다.

'내가 바라는 책읽기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음나무 숲>, 하지은  (0) 2013.05.09
<팔란티어>, 김민영  (0) 2013.05.09
<분신사바>, 이종호  (0)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