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2008

<실버 피그>, 린지 데이비스

참참. 2013. 5. 9. 18:42

* 이 글은 2008년 3월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087293464



실버 피그(밀리언셀러 클럽 22)

저자
린지 데이비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5-08-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의 제 1편 『실버 피그』. 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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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사립탐정! 그리고 로맨스! <실버 피그>

 

한 소녀의 죽음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황제의 재산인 은을 빼돌리는 음모. 좌충우돌, 고난과 역경을 거쳐 결국 사건을 해결해내는 이야기. 적당히 속도감있는 사건진행과 로마의 일상이라는 매혹적 배경, 생각만큼 단순히 풀리진 않는 미스테리, 뿐만 아니라 상당히 사실적인 시대적, 공간적 배경묘사까지. 역사추리소설로써 편하게, 즐겁게 타임머신타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기에 더할 나위없는 소설이다. 살짝 과장 섞어 마치 내가 로마의 주택가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고, 추리소설로써의 박진감도 혹평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 게다가 미국 시트콤 '프렌즈' 뺨치는 유머러스한 인물들에 읽는 동안 피식피식 웃기까지 했다. 주인공 팔코의 귀여운(?) 변덕에 와서는 당혹스러울 정도.

하지만 역시 결정타는 로마라는 시대에서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을 가진, 게다가, 작가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 고독하고 냉철한 사람과는 정반대로 설정된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 팔코. 아름답고 당돌한 여성으로 묘사되는 헬레나. 그리고 바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 남들이 뭐라든, 이건 역사추리물이라는 포장을 입은 로맨스다!!

시작부터 계속 티격태격하면서도 하나둘 오해를 벗어버리고 종국엔……. 아아, '사랑! 나는 불시에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렸다.'(326쪽) 이후 집 계단을 오르며 한 쪽에 걸쳐 신분 간의 높은 벽과 현실을 열심히 직시하고 곱씹더니, 난데없이 다시 '사랑은 맹목적이고 절대적이다! 순간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가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나는 곧장 층계를 뛰어내려가 향수 가게로 향했다.'(327쪽)으로 이어지다니. 뭐, 여기까진 그렇다고 치자. '나는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오 분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헬레나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344쪽)에 이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수습불가다. 너무 내용누설한다고 불평하지는 마시라. 434쪽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아슬아슬 줄타기같은 둘의 연애(?)와 팔코의 진실되고 혼란한 감정변화야말로 어쩌면 이 소설에 몰입된 가장 큰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탐정은 왠지 차가워야한다는 편견따윈 하수구에 처넣어버린듯 대책없이 휘둘리는 - 어쨌거나 2천년 전 시대의 - 남성을 바라보는 일은 참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소설, 로맨스의 모든 요소를 흠잡을 데 없이 갖춘 것이다.

아아- 기대하시라. 신분의 벽을 낀 둘의 달콤한 사랑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어느 시대에나 돈과 권력의 주위엔 음모가 판친다는, 그런 면도 없진 않았지만 작가의 어조도 워낙 밝고, 난 이런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 읽었다. 그러고보니, 밀리언셀러클럽 책으로는 처음으로 로맨스라는 느낌을 받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