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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매드슨의 고독, 고독, 고독! <줄어드는 남자>

참참. 2013. 5. 9. 18:36


* 이 글은 2008년 1월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045869638




줄어드는 남자

저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7-11-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전설이다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집. 표제작 줄어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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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매드슨의 고독, 고독, 고독! <줄어드는 남자>

 

비록 원작과 거리가 멀다는 평이 압도적이었지만 꽤 화제를 모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 <나는 전설이다>와 이 작품 <줄어드는 남자>의 두 장편, 그리고 여러 단편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한 단어가 있었다. 그 것은 바로 ‘고독’!

<나는 전설이다>에서 네빌은 인류 유일의 생존자로, 흡혈귀와 변종 인류들의 세상에서 오직 혼자 남은 인간이라는 극도로 고독한 상황에 직면한다. 술을 마시고 뻗어버리고, 성욕에 잠 못 이루는 등 고독에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줄어드는 남자> 역시 그런 면에서 굉장히 유사하다. 주인공 스콧은 어느 정도 이상 작아진 후로는 ‘다른 사람’(즉,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고 철저한 단절상태, 완전한 고립 상황에 내동댕이쳐진다. 이 후 네빌과 비슷한 좌절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것일까? 세상에 나홀로 사람이 된 그들의 고통, 상상이 불가하다. 게다가 거대한 사물들의 낯섦과 위험성, 식량 조달의 어려움, 거미와의 목숨을 건 싸움 등 끊임없는 역경들이 가만 놓아두질 않기까지 하니…….

남은 것은 무지개만큼이나 끝을 알 수 없는 험난한 미래 뿐.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적어도 이 소설에서 작가의 결론은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끝없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살아라!’ 정도 되는 듯하다. 내일이면 계산상 ‘소멸’의 날인데도 불구하고 나오지도 않는 거미를 집까지 찾아가 결국 없애버리는 등 본인조차 부질없는 생고생이라고 가끔 생각하는 일을 마치고 뿌듯해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으나 다음날 더더욱 작아진 모습으로, 그러나, 아직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계속 살겠다고 다짐하는 결말 등이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아직 안 읽으신 분들께는 결말 유출을 사과드린다.) 이런 삶의 태도는 ‘삶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인간의 본질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인생에 특별한(또는 처음부터 주어진) 의미는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실존주의 철학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없지만 다시 ‘고독’으로 넘어와 보자. 주인공이 비행기 안에서 자신만이 날개에 매달린 괴물을 볼 수 있는, 그리고 그 괴물은 비행기 엔진을 고장내려하는, 상황에 빠진다는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미래사회에서 노인들은 생존 자격시험 비슷한 것을 치르게 되는데, 이 시험을 앞둔 어느 할아버지의 모습을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험>, 영화를 보다가 자신의 인생도 몇 컷으로 요약해서 어서 넘겨버리고 싶다고 하는 주인공이 그 말이 정말 실현되어 추후 불과 몇 십분 동안에 사라져가는 인생들을 지켜보는 <몽타주>, 멀쩡히 갈 길 가던 샐러리맨이 이상한 트럭과 말도 안 되는 추월 경쟁을 벌이다 결국 트럭의 살의에 반쯤 미쳐버린 정신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한다는 <결투>, 파리 한 마리 때문에 온 사무실을 박살낸다는 <파리지옥> 등의 단편들은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혼자’만의 비밀, ‘혼자’만의 갈등, 의지할 것 없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굉장한 일관성을 보여준다.

오직 ‘혼자’ 감당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 두려움과 불안정한 심리, 감정의 변화를 너무나도 멋지게 담아낸 그의 소설에 감탄 외에 어떤 것을 할 수 있으리오. 그는 실로 탁월하다. 스티븐 킹이 했던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포소설’이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겠다. 더불어 ‘그는 전설이다’라고 평했던 어느 글의 글쓴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