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2008

<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참참. 2013. 5. 9. 18:30


* 이 글은 2007년에 쓴 글입니다.

* http://blog.naver.com/kimjh620/20044884366



그 남자는 불행하다

저자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출판사
책이좋은사람 | 2007-1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집만 구하면 아내와 딸이 돌아온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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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로 소문난 핀란드. 정말 그 곳 사람들은 악착같이 돈만 벌기보다는 좀 더 여유 속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것만 같다는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어린 나에게 이 소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하고 있네!"

 

참, 이 남자, 힘들다, 힘들어. 대한민국이든 핀란드든 사는 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이 소설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단독주택마련의 어려움, 아늑한 보금자리여야 할 집을 사고파는 데에 관련되는 거짓광고에서 가격흥정까지의 얼룩진 과정들이다. 핀란드의 이야기지만 집값 비싼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한민국에 사느니만큼 굉장히 공감이 갔다. (이는 심지어 내가 고등학교 2학년생에 불과함에도 여전히 그랬다. 벌써부터 미래가 걱정된다(!?).) 그러나, 그게 다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

 

작가는 이 작품을 주인공격인 '그 남자' 마티 뿐만 아니라 아내 헬레나, 윗층 사람들, 부동산 중개인에서 심지어 공권력(경찰)과 단독주택주인들의 일인칭시점까지 섞어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재미와 함께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누구나 걸림돌 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라는 일상적인 깨달음까지 조용히 속삭여주는 것에 제대로 성공했다. 마티의 단독주택을 향한 집요함이 정도를 넘어서 몇 가지 비상식적이고 못되다고 할만한 짓을 저지르는 것도 그렇지만, 그 행동들을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정말 인생은 고달프고 힘겨운 것이고,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방어에 몰두하며 남들에게는 냉혹한 시선을 품고 산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적나라하게 표현해보이고 있다.

 

아! 그리고 빼먹을 수 없는 '가정전선'. 마티는 요리에는 거의 통달한 수준에 이르렀고, 아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갖은 배려를 하고, 본인은 집안을 돌보는 가정적 남편이다. 바로 '여성해방운동'이라는 이름의 전쟁에 참전한 남자인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아내는 남편의 이런 삶의 방식이 '남자답지를 못'하고, '취미생활도 없'는 데다 '별 이상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집을 사자는 의견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답답해한다. 그리고 결국 한 번의 주먹질을 핑계로 집을 나간다는 전개, 이 전개는 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고, 조금 황당하고, 그러면서도 현실적이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답답함과 동정 같은 감정들을 느끼는 가운데에서 바로 나와 나의 이웃들을 생각하게 되는 작품. 읽다보면 어느새 '선진국'에서도 어쩔 수 없는 사회문제들과 점점 더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같은 지금 우리들의 삶이자 특히 별 '문제'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삶들에 냉소를 흘리고 회의를 느끼게 되는 작품.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작품이라 하겠다.

 

고속소로<고속도로>(234쪽), 리 번잡한 것<그리 번잡한 것>(400쪽) 등과 같은 사소한 오타들이 예닐곱 개 정도나 눈에 띈 것은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이런 점에 조금만 더 신경써주신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거의 접해본 적이 없는 핀란드의 문학을 접한, 그리고 오히려 사는 모습들은 역시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것들을 즐겁게 다루는 멋진 문학작품들을 많이 접하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얼마 후 우리나라 남성들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그 남자의 이야기!, 정말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