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가서 영화를 봤다.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한 10명 정도는 있었다.
본 영화는 '야구소녀'. 곰자가 좋아하는 이주영 배우가 나오는 영화였다.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심지어 영화관에 도착하기 전까진 한국영화인지 일본영화인지도 몰랐다) 보기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어떤 결말을 기대하면서 보게 됐다.
명확한 정의가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소년만화' 스타일의 스토리랄까? 주인공이 소녀인 스포츠드라마이자 소년만화.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요즘은 왠지 뭘 봐도 여성 버전의 서사가 더 좋은 느낌이다. 남자주인공이 부딪치고 깨지다가 결국엔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이미 지겹도록 보기도 했고.
난 이제 적당히 월급 받고 적당히 편하게 사는 게 좋은 그저 그런 사람이 됐지만, 절대다수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일에 도전해서 부딪치고 깨지는 그런 이야기가 아직도 좋다.
한편으로는 나는 평생 저런 정도의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본 게 있었나 돌아보면서 어쩐지 좀 부끄럽고 또 부러워진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갖고 삶을 불태우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렴풋이 알 것 같다가도 진짜 전혀 모르겠다 싶기도 한 묘한 기분이다.
몇몇 장면에서 울었는데 특히 엄마가 상처받을 때 너무 눈물 났다. 엄마는 죽도록 책임을 부여잡고 일 하고 밥 하고 가정을 끌어가는데 남편놈은 .. 사람 좋은 소리나 해쌓는 장면은 좀.. 엄마는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도 나쁜 사람 소리나 듣고. 에잇ㅠㅠ. 엄마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거기에서 감동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는 이제 세상에 너무 많지 않나, 그만 나와도 되지 않나, '엄마'의 상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 아직도 여기에서 그게 어떤 면에서 보편이고 현실인 것 같아서 슬프다.
영화보면 잘 우는데, 누구랑 같이 보면 약간 민망해서 좀 덜 티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번엔 그냥 서로 옆에서 우는 거 느끼면서 울고싶을 때 울었다. ㅋㅋ
페이스북_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