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
세상에 나와 서른 번째 맞는 생일이다.
만 30세가 됐다. 이제 어떤 셈법으로 따져도 20대라고 우길 수 없는, 빼도박도 못하는 리얼 30대에 진입했다.
다행하게도 지금의 내가, 그리고 지금의 삶이 꽤 맘에 든다.
맛있는 소고기와, 살면서 먹어본 가장 비싼 와인과, 기민이 성북동 디저트작업실에서 미리 주문해둔 메론케익을 먹었다. 위버가 미역국도 끓여줬다.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되던 1월 1일 새벽에는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어둠컴컴한 창밖을 내다보며 이 버스가 방콕으로 간다곤 하는데 사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것처럼,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쩌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싶었다.
물론 지금도 내 삶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게 그리 절망스럽다거나 하진 않다. 오히려 설레기까지 한다. 기대된다. 살아있다는 게, 좋다.
나름대로는, 늘 진심으로 해왔다. 어차피 거짓말같은 거, 잘 하지 못하기도 하고. 잘하고 싶지도 않고.
30대라는 빛나는 시간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가능한 행복하게, 잘 살아내고 싶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하진 말고.
무사히 30년 살아온 거, 지켜봐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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