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M과 두 시간동안 산을 탔다. 오전 7시40분에 출발했는데 이미 대낮같은 뜨거움이 우릴 반겼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왔을 때 아직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걷는다는 행위에는 어떤 마력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같은 걸 걷겠지. 나 빼고 같이 사는 사람 둘이 모두 산티아고 순례길 경험자들이다.
걷다보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된다. 그리고 계속 걷다보면 결국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때가 오겠지.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쯤 걸어보고 싶다. 그렇게 긴 시간 혼자 걷는다면 내 모든 기억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한다.
빨래를 해서 널고 청소를 하고 텃밭에 풀도 좀 매고, 책을 펴놓고선 낮잠을 한숨 자고 슬기로운의사생활OST를 한참 듣다가 오후엔 새로 가입한 '우트'라는 앱에서 성신여대역 근처 보드게임 게더링(모임)에 참여했다. 더위를 뚫고 따릉이를 타고가서 처음 보는 두 사람과 캔트스탑부터 시작해서 애니멀옥션, 셜록13, 나중엔 원카드까지 각종 보드게임을 했다.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게임에 집중하다보니 거의 3시간이 훌쩍 갔다.
난 고스톱, 맞고도 거의 해본 적 없는데 운이 좋았는지 많이 이겼다. 근데 호스트말고 게스트로 참여했던 다른 한분이 한번도 못 이겨서 속상해했다. ㅠㅠ 티 안나게 져주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만 깨달았다.(게다가 은근히 승부욕 강한 편이라 평생 져주는 게임 따윈 거의 해본 기억이 없다.)
한분은 '시공'일 하시는 분이었고 다른 분은 SPA의류브랜드에서 일하는 분이었다. 게임하느라 사는 얘긴 별로 못들었다.ㅋㅋ
그러고 집에 왔는데 요즘 민속놀이(스타크래프트)를 소일거리로 삼고 있는 G와 한번 민속놀이로 겨뤄봤다. 난 집에서, G는 피시방에서. 고인물만 남은 옛날겜에서 우리는 명함도 못내미는 아재 실력이지만 이번엔 내가 조금 더 나은 것으로. 그치만 하드코어 질럿은 막을 수가 없었다. 저거 사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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