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느낄 때, 그걸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나이를 먹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없는 건 아니다.
주로 기존의 경험 때문에 내가 전보다 더 망설일 때가 그런 순간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건 내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하고 있는 혹은 하려고 하는 경험을 과거의 어떤 비슷해보이는 경험의 카테고리에다 비추어보고는 지레 겁을 먹거나 망설이게 되는 때가 있다.(사실 냉정하게 돌아보면 경험이 없을 땐 또 경험이 없으니까 두렵고 망설여졌을 텐데)
그게 때론 아쉽다. 왜냐면 분명히 그 경험에는, 힘들고 나쁜 점만 있진 않았던 경우도 많은데 기억이 결과적으로 나빴다, 마지막에 힘들었다, 는 부분만으로 편집되어있어서 그걸 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하고 나면 어떤 설렘이나 좌충우돌에서 오는 즐거운 부분마저도 덜 겪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근데 실은, 요즘 너무 설레서 내 설레발을 진정시키는 데 오히려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일상에 기대할 일이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코로나 이후로 한동안 참 기대하는 일이 별로 없이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뭘 기대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랬었는데.
며칠 사이, 일상의 더 많은 부분에 감사하게 됐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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