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몹시 설레는 일이 생겼다. 달달한 연애 웹툰을 재밌게 보고서는, 외롭다고 페이스북에 썼더니 밥 같이 먹는 친구하라며 소개를 시켜주셨다. 일요일에 카톡 프로필을 받고 화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고선 어찌나 설레던지. 특히 당일이었던 화요일엔 하루종일 허둥댔다. 그런 내 모습을 스스로 지켜보면서도 웃겼을 정도로.
샤워하려고 안경 벗다가 코받침을 부러뜨려먹고서는(그래서 몇 년 전에 쓰던 검은 뿔테안경 겨우 찾아내서 그거 쓰고 출근하고) 안경아, 너까지 긴장했니? 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밥 먹다가 자꾸만 젓가락질 이상하게 해서 뭐가 막 튀고, 걷다가 발 헛디디고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하던 습관적인 행동들이 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달까? 나 왜 이렇게까지 긴장하고 있지, 할 정도로.(입사 면접 볼 때도 이 정돈 아니었다) 셔츠에 잡힌 주름은 또 어찌나 신경쓰이던지.
약간의 부작용(?)은 있었지만 어쨌거나 화요일 저녁에 잡혀있는 그 반짝이는 약속 하나로 일상에 퍼지는 설렘이란 몹시 기분 좋은 것이었다. 퇴근을 늦게 하고 싶진 않지만 퇴근 일찍 해봐야 만날 사람도 할 것도 없는 걸, 하는 기분이었는데 몹시 기대되는 일이 하나 딱 잡혀있으니까, 일상의 색깔이 달라진 것 같은 기분. 그래서 만나기도 전부터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었다. 물론 소개시켜준 분께도 마찬가지고.
드디어 만났는데, 처음이니까 당연히 어색했다. 다행히 함께 얘기할 만한 대화 주제가 그럭저럭 있었던 편이고 내 느낌엔 꽤 즐거운 대화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처음이니까. 근데 그 어색함마저도 좋았다. 어색함까지도 설렘에 포함시켜버렸다.
아직 서로 한번 본 사이니까 당연히 여전히 어색하고 아직 잘 모르겠는 사이지만, 어쨌거나 토요일에 한번 더 만나기로 했다. 또 하나의 반짝임이 달력에 찍혀있다. 요즘 회사에서 맡은 일이 좀 힘에 부쳐서 정신줄을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는, 약간 슬럼프 비슷한 기간을 맞고 있었는데 훨씬 버틸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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