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산에 갔다. 산에 갔다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동네 뒷산 산책 정도이긴 했지만. 내가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만날 사람도 업속 할 일도 없다고 우울해하는 게 마음이 쓰였는지, 하우스메이트가 같이 가자고 했다. 자전거도 날이 더워졌고 비도 자주 내렸고 집 근처 따릉이 대여소에 자전거도 없다는 이유로 한동안 못 타다가 지난 목, 금요일에 타고 출근했다. 몸을 더 움직이니까 확실히 좀 낫긴 하다. 모든 면에서.
내 몸과 뇌는 자꾸만 익숙한 우울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새 우울 중독이 됐나보다. 우울증 초기 증세라고도 볼 수 있을 만한 기분과 증상이 찾아왔다 멀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중독된 걸 끊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해서 의식하고 있다.
바디로직을 샀다. 자세를 교정하고 싶어서. 자세도 교정하고, 마음자세도, 생각의 패턴도 교정하고 있다. 또 나 자신을 꾸미는 데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맨날 커트만 하던 미용실에서 점장님이 추천하는 파마를 했고, 세탁소에서 사이즈도 안 맞는 채로 갖고 다니던 양복도 수선하고 세탁했다. 카드를 쓰니까 재난지원금에서 빠져나갔다.
최근 옷 사는 걸 좀 시도해봤었는데, 요즘은 향수에도 관심이 생긴다. 돈이 별로 없지만, 있는 한도 내에서 나를 꾸미는 데 써보고 싶다. 운동을 조금 더 해서 몸도 건강하고 예쁘게 만들고 싶다. 평생 꾸며보지도 않고 꾸미는 데 관심도 크게 두지 않고 살다보니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하다보면 점점 나아지겠지, 뭐든 그렇듯이.
또, 토요일엔 쥐눈이콩을 심었다. 그래봐야 엄청 작은 텃밭이고, 지난번에 심은 파와 상추 씨앗은 무슨 일인지 하나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서 이번에 심은 콩도 나오면 좋고 안 나오면 말고-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심자마자 다음날 비가 쏟아져서, 조건은 괜찮은 것 같다.
웹툰 하나를 정주행했고 지난주에 최저가 할인을 보고 결제해뒀던 위쳐3를 플레이했다. 저녁엔 산에 같이 갔던 하우스메이트가 엄청 맛있는 소고기를 사와서 구워줬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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