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상치 못하게 일자리 제안을 받았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깐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결국 해보자는 쪽으로 결정을 했는데, 그러고나니 막상 제안해줬던 쪽에서 연락이 끊겼다. 두려움도 컸고, 출퇴근도 멀고, 아직 제대로 배웠다고 하기도 어려운 분야라 걱정이 많았지만 못하게 되니까 또 아쉽다. 마치 가지고 있다가 뺏기기라도 한 것처럼 억울한 기분이다. 그런 기분을 느끼는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실은 지금도 아무 이유도 없는 수많은 호의를 입으며 살고 있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주는 형도 나름의 목표와 얻는 게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무 댓가도 없이 가르쳐주고 있고, 일자리까지 적극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도,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내게 그런 호의를 베풀 이유가 딱히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런 것들에 익숙해져서 그게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는 나를 본다.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한편, 뭔가를 배운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 이것저것 하느라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 활동과 마음을 조금 접었다. 내 생계 유지와 독립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좋은 일, 관심있는 일, 누군가를 챙기는 일 등을 한다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는 면이 없잖아 있다. 내가 거기 가서 회의에 참석하고 몇마디 던지는 게 그렇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어느 쪽을 선택해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지금은 좀 더 새로 배우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어제는 글을 못 썼다. 매일 쓰고 있었는데, 아쉽다. 스윙댄스 2학년 마지막 수업에 다녀왔다. 졸업공연은 결국 다른 행사와 겹쳐서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인지 마지막 수업 치고는 참석자가 아주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당한 인원이 참여했다. 나만 잘 못할까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나 혼자 눈에 띄게 뒤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같은 기수끼리 맞춘 반티셔츠도 받아왔다. 3학년 과정에 올라갈까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도 코로나고, 취직하기 전까지는 경제적인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을 것 같아서. 아마 취직하고나면 또 그 나름대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질테니, 일주일에 하루이틀 정도 춤 추는 건 할 수 있을 때 좀 더 해둘까하는 마음도 있어서 갈팡질팡이다.
내가 춤을 잘 못 춘다고 자꾸만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는데, 이것도 생각해보면 웃기다. 언제는 춤을 잘 췄었나? 못 추는 게 당연한데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솔직히 전체로 보면 그 중에서 내가 그리 많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근데 왠지 자꾸만 나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재밌게 추던 기억보다 한두 번 실수하거나 난감했던 기억이 훨씬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원래 그런 식으로 기억과 마음이 작동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의식하는데도 자꾸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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