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2008

<캐리>, 스티븐 킹

참참. 2013. 5. 9. 18:24

* 이 글은 2007년에 쓴 글입니다.

* http://blog.naver.com/kimjh620/20043756720



캐리

저자
스티븐 킹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펴냄 | 2003-11-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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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첫 작품. 장르는 공포소설.

공포소설이라고는 하나 염력도 등장해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음.

개인적으로 최근작 「리시 이야기」보다도 재미있었고, 인상깊었다.

 

'아! 이 것이야말로 공포소설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캐리」는 정말 공포소설이라는 장르가 왜 독립된 장르로 존재하는 것인지, 이 장르의 존재 가치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그런 작품이다. 주관적이지만 이 작품의 몰입도는 그야말로 최상이다. 본인은 이 작품을 읽을 때 머리가 어질어질해 공부가 잡히질 않는 그런 상태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집중으로 아픈 것도 잊고 읽어내려갔을 정도다.

 

캐리라는 것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캐리 화이트, 그녀는 염력의 소유자이면서 여고생이라는 설정인데, 집안에서는 미치광이 수준의 기독교 광신자인 데다 폭력까지 휘두르는 엄마에게 시달리고 학교에서는 따돌림으로 상처받는다. 여기서 광신자 엄마는 비인간적이고 왜곡된 청교도주의적 전통을, 학교 친구들은 그 반대편에 서있는 천박하고 타락한 물질주의를 상징한다. 이 두 세력은 단지 조금 소심하고 내성적일 뿐인 캐리 화이트라는 소녀를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한다.

 

무엇이 캐리를 끝장내는가. 자신들과 조금 다르다고, 오랜 세월 그녀를 잠식하는 물질주의에 물든 아이들. 미치광이 엄마의 괴롭힘을 견뎌낼 수 있도록,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친구들 뿐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그녀를 저버린다.

돈이 없으면 사람으로 대접받기 힘든 사회, 유행을 따라 소비문화를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뒤쳐진' 혹은 '모자란' 것으로 여기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이 것이 바로 '합리적' 자본주의가 낳은 물질주의의 폐해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캐리 화이트는 바로 그런 희생자의 전형이다. 그는 특이한 엄마에게서 자란 데다 가난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친구들, 아니 사회로부터 버려진 것이다. 그녀가 그런 엄마에게서 태어나게 된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님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말 캐리에게 구원의 손을 내뻗고만 싶은 이 마음으로 나 역시 그렇지는 않았나, 얼마나 이기적, 물질적으로 살아왔나를 되돌아본다.

 

최후의 괴롭힘(돼지 피를 머리부터 뒤집어쓰게 되는)을 당한 캐리는 결국 염력을 미친듯이 사용하여 스프링쿨러, 전선, 주유소 등을 이용해 대폭발, 대화재를 일으키고, 마을 전체를 초토화시킨다. 그 과정에서 캐리는 엄마 역시 죽이지만 결국에는 엄마가 죽기 전 어깻죽지에 박아넣은 식칼 때문에 그녀 역시 죽고 만다.

사회의 부정적 일면들의 희생자이자 이 타락한 세상의 산물인 캐리 화이트가 그 복수를 한다는 처절하고도 섬뜩한, 그리고 일면 통쾌하면서도 슬픈 이 소설의 스토리. 바로 이 것이 공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린 사회비판인 것이다.

 

단지 피튀기고 무서운 소설들은 3류 공포소설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공포소설은 인간 심리의 원초적 두려움을 건드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살며시 드러내는 바로 이런 소설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 지니고 있을 악, 사회적, 제도적으로 나타나는 악,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들 공포를 다루는 장르.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지면서도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장르. 공포소설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