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만남

IDFA, Tuchinski 영화관 - 암스테르담4

참참. 2020. 2. 9. 09:39

예쁜 영화관에 갔다. The most beautiful cinema I've ever seen이란 말을 듣고 얼마나 예쁘길래 그러지 했는데, 외부도 내부도 멋졌다. 나오는 길에 찍은 어둑해진 거리의 사진까지도. Tuchinski.
지금 암스테르담 시민들에게 핫한 이슈는 IDFA(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Amsterdam)이다. 난 사실 한글자막없이 영화 볼 자신이 없어서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추천에 못 이겨 한 편을 보게 됐다.
The Cause 라는 작품이었다. 2010-2018년의 기간동안 제작된 베네수엘라 감옥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싶었다. 800명을 수용하도록 지어진 감옥에 8천명이 살고 있는데 아직도 매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자기가 왜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일단 감옥에 잡아넣어놓고 재판을 한다고 해놓고 그 재판이 4년째 안 열린다든지. 감옥 안에서 총이 거래된다. 아예 감옥 안에 사는 죄수들끼리 또 하나의 사회를 세웠다. 간수가 통제하는 게 아니라. 다만 간수들은 바깥으로 못 나가게만 지킬 뿐이다.
감옥 안의 상황은 결국 베네수엘라 사회의 축소판이란 얘기도 많이 나왔다. 슬프게도, 돈을 가장 빨리 버는 법은 뺏는 것인데 왜 하면 안되냐고, 게다가 어차피 뺏길 뿐이라고 하는 사람들. 사탕 하나에 1달러, 총알은 하나에 0.5달러.. 사회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보였다.
그 와중에도 신을 찾고 신이 용서해주셨기에 이젠 다르게 살겠다고 하는 고백도 계속 나왔다. 울컥하는 데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에겐 다른 삶을 물려주고자하는 사람들..
영어가 짧아서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며칠 전까지 더치 호스트에게 한국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네덜란드랑 비교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물론 끔찍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내가 여기서 그 더치들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실상을 고발하는 다큐를 보고 있는 입장이란게 기분이 묘했다.

 

2019.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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