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교
매주 1편, 나는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몇 번이나 반복해왔는지 모른다. 거의 열 번은 넘었을 다짐과 길어야 두세 달이었던 내 꾸준함이 정말 싫었다. 그나마 돈을 받고쓰니까 좀 더 써지긴 했지만 그조차도 1년을 못 넘겼다.
최근 만난 사람 중에 평생 아무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가 20대 중반에 누구의 소개도 없이 스스로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 천주교 신자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얘기를 본인 입으로 듣는데도 신기했다. 부모님이 스무 살 이전에는 어떤 종교도 강요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계셨단다. 그 사람이 현재 다니고 있는 성당에서도 다들 독특한 케이스라며 놀라워한다는 얘기도 덤으로 들었다. 하긴, 대개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오니까 말이다.
어느 일요일에 그 얘길 돌이키며 미지에 글을 쓰다가 생각했다. 이게 나의 종교라고. 그러니까 나는 종교가 없고, 앞으로도 아마 종교를 믿기는 어려운 종류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종교가 주는 긍정적인 힘은 분명히 있고 나도 내 삶에 그런 것들이 필요하니까, 그렇다면 이 글쓰기를 나의 종교로 삼자고. 그래서 적어도 매주 일요일 아침엔 아무리 짧더라도, 단 세 문장이라도 뭔가를 쓰자고 다짐했다.
그 문장들은 나의 일기일 수도 있고 고해성사일 수도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혹은 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 하고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김규항 선생님이 사람이 기도를 해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소중한 것들에 너무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 글쓰기는 나의 기도이고, 또 한숨이고, 미안함이고, 사랑이고, 기억이며, 삶이다. 수다에 가까운 글쓰기에 부여하는 의미로는 좀 거창한 감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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