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자연농/홍천 귀농귀촌 일기(2017~2018)

집, 희망.

참참. 2016. 12. 28. 13:29



2009년 서울로 올라온 뒤부터 '어디서 살 것인가'는 항상 큰 문제거리였다. 그건 2016년, 결혼을 하고 홍천으로 귀농을 결심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봉희네 할아버지가 사시던 작은 집에 희망을 걸었으나, 결국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농사지을 땅을 빌려주기로 한 모래무지님께서 새로 짓는 집에 방 한 칸을 빌려서 살거나 비닐하우스를 지어 거기서 임시로 살아야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라는 건 사람이 살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도 막을 수 없고 단열도 기대할 수 없기에 여름과 겨울을 버티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런 비닐하우스라 하더라도 절대 저렴한 가격에 지을 수 없다. 최소한 몇백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은 우리에겐 아주 큰 돈이다. 모래무지님께서 집을 지으려고 계획 중이긴 하지만 그곳 역시 현재 건축이 가능한 땅은 작은 데다가 우리 중에 집을 지어본 사람도 딱히 없어서 그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한 집에서 방 한칸에 한 가족씩 낑겨서 지낸다는 것 역시도 어느 모로 보나 쉬운 일은 아니다. 모래무지님과 무당벌레님에겐 초등학생 아이도 있다.


어제 지구학교 집짓기 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회의 막바지에 우리 부부의 거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그동안 더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문제였고, 역시 개구리님이 처음 그 이야기를 꺼내어 다른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보자고 했을 때에도, 다 검토했는데 더 무슨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동안 나왔던 방법들에 대해 다시 한번씩 정리하는 말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맥락에서인지 지구학교를 함께 들었던 푸르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푸르나님도 홍천의 지구학교가 있는 마을에 살고 싶어서 올해 초에 집을 알아보았었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에 집주인이 집이 비어있느니 무료로라도 살 사람을 구하던 집이 있었다는 거다. 다만 보일러가 고장이 나 있고 그런 부분들은 살고자 하는 사람이 다 알아서 해야하는 곳이라고. 푸르나님은 지붕이 옛날에 지어진 좋지 않은 재질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고, 보일러 고장 등의 문제도 혼자 해결하기엔 어렵게 느껴지셨는지 그곳을 포기하셨었다고 한다. 거기가 아직 그 상태 그대로 있다는 새로운 정보가 나온 것이다!


아직 집주인분과 이야기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 상태 그대로라면 지금도 그 집에 들어갈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비닐하우스에서 버티는 삶을 상상하다가 갑자기 '집'이 '공짜'로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절로 들뜨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이미 해가 졌지만 '로드뷰' 기능을 이용해 위치와 집 모양을 살펴보았다. 집 옆에는 300평이나 되는 밭도 딸려있었다. 그곳까지 쓸 수 있다면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텐데!


아침부터 집 걱정에 축 처져서 갔던 홍천에서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을까 김칫국 잔뜩 마신 기대를 하며 집으로 돌아온 날.